다음달 국회 떠나는 3黨 3女 3대변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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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조윤선, 민주통합당 전현희,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이들은 모두 4년 전인 18대 총선 때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해 당의 ‘입’인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각기 공천 탈락으로 인한 불출마, 당내 경선 패배, 소신 있는 불출마 등으로 국회를 떠나는 이들에게 의정활동 4년의 소회와 앞으로의 각오 등을 들어봤다. 》
■ 새누리당 조윤선 의원 “선진화법만으로 국회 제대로 돌아갈까 의문”

“100점 만점에 90점?” 새누리당 조윤선 의원(46·사진)에게 18대 국회 자신의 의정활동에 대해 점수를 매겨 보라고 하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법을 해석하는 일을 하다가 직접 법을 만들고 공익을 위해 일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었다”는 그의 말 속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조 의원은 새누리당 최장수 대변인을 지낸 ‘새누리당의 입’이다. 18대 총선 선대위 대변인으로 시작해 19대 총선 선대위 대변인으로 당직을 마감한 특이한 이력도 지니고 있다. 겸손하되 할말은 분명히 하는 화법이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하지만 그는 대변인 활동 못지않게 4년의 임기 동안 문화정책 분야에 애착을 갖고 활동한 점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실제 조 의원은 국내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들이 문화예술 분야에 지출하는 기부금 등의 세제혜택을 늘리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만화산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한 ‘만화 진흥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초선 의원으로서 국회가 대화와 타협보다는 폭력과 갈등으로 얼룩졌던 점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지난해 최루탄 국회가 벌어졌을 때는 회의감에 빠지기도 했다. 조 의원은 “정치권이 국회선진화법을 만들려고 하는데 법만으로 국회가 제대로 돌아갈까 의문이 든다”며 “윤리규정과 그것을 위반했을 때 제대로 제재할 수 있는 엄격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9년 1월 의원총회에서 여야 대치 상황에 대한 해법을 얘기한 것이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인 것도 여야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다. 조 의원은 “의총에서 개인발언을 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며 “대치 국면에서 이기는 방법으로 비폭력과 장기전 두 가지를 제안해 여야 간의 물리적 충돌을 피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의원인 그는 4·11총선에서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 출마를 모색했으나 낙천했다. 하지만 19대 총선 선대위 대변인을 맡아 선거기간 내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수행했다. 조 의원은 “앞으로도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당과 나라를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 민주통합당 전현희 의원 “발의법안 141건중 26건만 통과돼 아쉬워”

“18대 국회에서 제가 대표발의한 법안이 141건인데 통과된 건 26건에 불과해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데….”

19대 국회 개원을 한 달여 앞두고 만난 민주통합당 전현희 의원(48·사진)의 얼굴엔 아쉬운 표정이 가득했다. 의욕적으로 열정을 쏟아 붓던 일이 곧 사라지는 데서 오는 허탈함이라고 했다.

전 의원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서울 강남을 후보 당내 경선에서 정동영 상임고문에게 패한 뒤 서울 송파갑에 전략공천됐지만 공천을 반납했다. “강남을 경선에서 지고 지역구를 바꿔 출마하는 것은 정치적 명분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공천을 반납하고 불출마한 데 대해 “후회는 없다”고 했다.

최초의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인 전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원내대변인으로 활약하면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임산부의 사망 및 폐 손상의 원인이 됐던 가습기 살균제의 화학성분을 최초로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2010년 4월부터 1년간 원내대변인으로 활동할 때는 부드러우면서도 매서운 논평을 쓴다는 평을 들었다. 전 의원은 “논평을 쓸 때 상대방을 비하하는 용어보다는 날카롭지만 품격 있는 단어를 고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18대 국회에서 가장 보람을 느낀 일로 △희귀난치성질환 환자에게 필요한 고가의 의약품에 대해 수입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법안(관세법 및 조세특례제한법)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응급구조장비를 의무적으로 구비하도록 한 법안(응급의료법)을 통과시킨 것을 꼽았다. 의료전문 변호사의 경험을 살려 현장에서 느낀 문제점을 입법에 적용한 것이다.

그가 비록 19대 국회에 입성하지는 못했지만 대선 국면에서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카드’로 요긴하게 쓰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가 경남 통영 출신이기 때문이다. 전 의원은 향후 행보에 대해 “당의 부름이 있으면 역할을 하고 싶다”며 “의료계와 법조계 경력을 바탕으로 민주당의 중도층 지지기반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종교개혁에 준하는 강도로 국회 개혁해야”


“4년 동안 열심히 일한 만큼 후회나 아쉬움은 없습니다. 또 탈북자 문제는 앞으로도 제 평생 미션이라 생각하고 뛸 겁니다. 우리나라는 북한 얘기가 나오면 진보는 말을 하지 않고 보수는 설득하려 하지 않지만 인권 앞에서는 보수, 진보의 구분이 없어야 합니다.”

‘탈북자의 대모(代母)’로 불리는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56·사진)은 18대 국회를 끝으로 여의도 정치판을 떠나 본업인 교수(동국대 법학과)로 돌아간다. 그는 23일 “학교로 돌아가면 정치에는 관심을 끊고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할 것이다. 이를 위해 5월 말 탈당도 한다”며 “요즘은 새로운 일을 위해 임기 초반 때처럼 뛰고 있다. 잠잘 시간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다음 달 탈북자 지원을 위한 사단법인 ‘물망초’(가칭)를 설립한다고 한다. 탈북 아동을 위한 대안학교 설립, 탈북 청소년에 대한 영어교육 지원, 탈북 국군포로를 위한 요양원 설립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 등 5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한다.

그는 의정활동 4년 내내 6·25전쟁 전후 납북자와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2월엔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을 규탄하며 서울 종로구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11일간 단식농성을 하면서 탈북자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방송기자 출신인 박 의원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배지를 단 직후부터 1080일(약 3년)간 당 대변인을 맡아 순발력 있고 논리적이면서도 ‘독한’ 논평으로 여당을 곤혹스럽게 했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발생 직후 이명박 대통령이 여야 3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할 때 그에게 “살살 좀 하시라”는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4년 동안 체험한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특유의 거침없는 논평이 나왔다. “일하지 않는 곳으로 매우 실망스러웠다. 말로는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나사 역할도 못하고 있다. 종교개혁에 준하는 강도로 국회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3당 대변인#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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