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비서’ 신설 깜짝쇼… 3대 세습 정당성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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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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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김정일 사망 3개월만에 당 최고지도자로

아버지 시신 향해 90도 인사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앞)이 11일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제1비서로 추대된 뒤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오른쪽), 최룡해 당 비서(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참석자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참배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TV 연합뉴스
아버지 시신 향해 90도 인사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앞)이 11일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제1비서로 추대된 뒤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오른쪽), 최룡해 당 비서(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참석자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참배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이 다시 한번 ‘깜짝쇼’를 펼쳤다. 새 지도자 김정은이 노동당 총비서직을 승계할 것이라는 대다수 전문가의 예상을 깨고 김정은은 11일 총비서직을 아버지 김정일에게 헌납했다.

14년 전 김정일이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추대하면서 신격화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지만 그 자리는 당 총비서가 아닌 국방위원장 자리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었다.

○ 후계 정당성 위해 총비서 포기한 듯

김정은이 이번에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로 신격화한 것은 궁극적으로 3대 세습의 국내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자신의 최측근인 최룡해(62)를 ‘당의 2인자’로 발탁함으로써 당에 대한 친정(親政)체제를 강화했다.

김정일은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자 3년상(喪)을 치른 뒤 1997년 10월이 돼서야 당 총비서직을 승계했다. 김일성 사망 당시 김정일은 이미 17년간 후계자로 있으면서 최고사령관이자 국방위원장으로 사실상 북한을 통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장기 과도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김정은은 사정이 달랐다. 김정은은 후계자로 내정된 지 채 3년이 안 돼 갑자기 권력을 물려받게 됐다. 따라서 이른 시일에 국가를 영도하는 위치에 있는 노동당의 수장 자리에 앉아 공식적인 최고지도자로 등극해야 했다.

그렇다고 김정일 사망 3개월여 만에 총비서를 승계하는 것은 불효 차원을 넘어 자칫 후계의 정당성에 대한 비판을 불러올 수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 과시 차원에서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했다”며 “이는 ‘수령에 대한 충실성’이 후계자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는 후계자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김정은은 제1비서를 신설함으로써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면서도 실질적인 당권은 장악하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으로는 제1비서직 신설이 아직 김정은의 입지가 총비서를 맡을 만큼 견고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일의 후광이 여전히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위원은 “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김정은이 당 전체를 직할 통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전망이 있었다”며 “13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위원장도 김정일에게 영구 헌정할 것인지, 김정은이 이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는 최고인민회의에서 드러난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헌법에서는 국방위원장이 최고 권력의 정점인 만큼 김정은이 국방위원장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측근 전진 배치

이날 이뤄진 당직 인사의 ‘꽃’은 단연 최룡해 당 비서다. 최룡해가 당의 핵심요직인 정치국 상무위원, 군을 실질적으로 지도하는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동시에 거머쥐면서 세대교체를 주도하게 됐다. 최룡해는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일찌감치 김정은 시대의 주역으로 꼽혀왔다.

로열패밀리도 건재했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은 정치국 상무위원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후보위원에서 정위원으로 승진했다.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는 당 경공업부장에서 당 비서로 격이 높아졌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극하는 과정에서 김정은과 마찰을 빚으면서 2010년 당 대표자회에서 당직을 전혀 받지 못했던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81)은 이번에 정치국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군부 내에서 만만치 않은 지지 세력을 갖고 있는 군부의 원로를 예우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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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권력기구인 공산당 최고위직은 총서기, 서기장, 총비서, 제1서기 등으로 불린다. 영어로는 ‘General(First) Secretary’. 소련 동독 루마니아 등 옛 동유럽권 독재자들이 당 서기장 직함으로 권력을 행사했다. 소련에선 잠시 제1서기 직함을 사용하다 서기장으로 환원했고, 쿠바도 제1서기로 부른다. 중국은 총서기 직함을 사용한다. 북한이 신설한 ‘제1비서’도 표면상 총비서보다 낮아 보일 뿐 위상은 다르지 않다. 로마의 첫 황제 아우구스티누스가 ‘제1시민(프린켑스)’이라는 칭호로 권력을 행사한 것과 같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제1비서#김정은#3대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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