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가 보는 총선]<7> 가수 조영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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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가 개판이라고?
그들의 열정만은 세계 최고

요즘 사람들은 모였다 하면 세상 돌아가는 얘기며 정치판 얘기를 단골메뉴로 꺼낸다. ‘왜 그렇게 정치가 개판이냐, 진흙탕이냐.’ 그런 자리에선 치명적으로 비판을 잘하는 사람이 그날의 스타가 되곤 한다. 이럴 땐 최소한 땅이 꺼질 듯 한숨을 크게 내쉬며 ‘큰일이야, 나라꼴… 이러면 안 되는데’ 한마디쯤 해야 어울리게 돼 있다.

내 경우를 들여다봐도 마찬가지다. 나는 요즘 매일 방송국을 왔다갔다 한다. MBC에서 ‘지금은 라디오시대’라는 두 시간짜리 생방송을 최유라 씨와 함께 진행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방송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직원들은 파업하는 동안 책상을 비워놓고 있다. 요즘은 비노조원이 방송 일을 떠맡는 방식으로 대충 진행시켜 나가고 있다. 나는 애매한 입장이다. 옳다 그르다 판단을 못한다. 왜냐하면 나는 방송국 비정규 임시계약직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궁금해서 동료 직원들한테 묻고 싶지만 제대로 묻지도 못한다. 내 앞, 내 옆에 있는 동료들이 회사 편인지, 노조 편인지 알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동료한테 ‘야! 넌 회사 쪽이냐, 노조 쪽이냐? 파업 편이냐, 노(no) 파업 쪽이냐?’ 대놓고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까 요즘은 아예 무슨 얘기가 있다 해도 소곤소곤 수준에서 끝이 난다. 이것이 요즘 내 주변의 정치풍속도다.

어찌해서 임시직이라고 자기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파업 중인데 할 말이 없겠는가. 무임금 무노동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는데 어찌 할 말이 없고 안타깝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래도 나는 입을 다물고 있다.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방송에 몸담고 있는 이상 내 개인 생각이든 속생각이든 정치에 관련된 얘기든 밖으로 드러내선 안 된다.

이런 때에 며칠 전 동아일보로부터 이번 선거에 대해 한 말씀 써 달라는 정중한 원고청탁을 받았다. 나는 할 말이 없다며 즉시 사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정치색을 드러낼 수 없는 소위 공인의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질기다. 할 말이 없다는 내용의 글도 환영한단다. 나는 ‘아! 그럼 이참에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해왔던 얘기나 털어놔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한 건 아니다.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우리 정치는 글렀어, 만날 싸움질이나 하고 만날 흙탕질이야’ 흥분을 하지만 나는 좀 다른 구석이 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꼭 그런 건 아닌데’를 마음속으로 되뇌곤 한다. 이건 그냥 내 생각이다. 광복 이후에 태어나서 이승만 시대부터 지금의 이명박 시대까지 쭉 살아오며 느낀 거다.

우리나라 국민처럼 정치에 잘 대처하는 국민도 없고 우리나라 정치인처럼 혼신을 다해 정치를 잘하는 경우도 없다. 그 방면엔 단연 세계 최고다. 국회에서 방방 날며 치고받고 할 때도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 얼마나 애국심이 강하면 저토록 방방 날아다니며 팔다리를 휘두르실까.’ 동아일보 독자들이여! 믿어주시라. 나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다. 추호도 어느 한편에서만 들어주십사하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보수도 오케이, 진보도 웰컴이다. 총선거가 코앞이다. 아무나 당선돼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하나같이 나라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말 그대로 애국 청년들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 최고! 쭉쭉 나가라!

가수 조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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