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파문]불법사찰 직접적 증거라 하기엔… 2619건 대부분 ‘맹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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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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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 문건 2619건 전체 정밀분석해보니…

국무총리실 공직윤리관실 직원이 갖고 있던 문서 2600여 건 중 민간인(민간단체)이 언급돼 있는 문서나 항목(86건)과 언론인 및 언론사 관련 문서나 항목(19건) 중엔 불법사찰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도 있지만 그렇게 단정하기 애매한 것도 적지 않다. 단순한 동향 수집, 공직자의 비위에 관련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 범위에 들어간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판단이기 때문이다. 또 ‘사건 처리부’ 같은 목록에는 구체적인 조사 내용이 없어 확인이 쉽지 않았다.

일례로 본보가 입수한 문건 중 ‘2010년 일반처리부’에는 ‘서경석 목사관련 시민단체 동향’이라는 항목이 있지만 이 대목만 놓고 서 목사를 사찰했다고 결론짓기는 쉽지 않다. 2009년 11월에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1팀 사건 진행 상황’이라는 목록에도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관련’ ‘방송사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 ‘PD수첩 역대 작가 확인’ 등이 있지만 이것도 동향 파악이나 단순 자료 수집일 경우 불법성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정치인 중에선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 부부 내사 건이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에 포함돼 있고, 2008년 9월 작성된 별도의 보고서도 발견됐다. 남 의원이 보석점에 투자한 부인과 관련된 고소 사건에 압력을 행사하고, 보석 밀반입에 개입한 것을 내사한다는 내용이었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이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관계인들에게 자료를 제출받아 기소됐지만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2008∼2009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박찬숙 전 한나라당 의원 관련 보고서도 있다. 박 전 의원이 KBS 이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아들의 고의 병역 기피 의혹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관련 의혹에 대해선 추후 지속 내사’라고 돼 있다.

정치권에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찰 대상’에 포함돼 있느냐가 관심을 모았지만, 본보가 확인한 2600여 건 중에는 이를 보여주는 문서는 없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 당시 박 위원장이 피습됐을 때의 상황보고서가 있지만 이는 사찰과는 상관없고 당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다.

지난달 30일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민간인 사찰 관련 문건이라고 폭로하면서 들고 있었던 문건은 ‘0920 BH보고(최종)’라는 컴퓨터 파일을 출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내용은 경찰청 감찰관실에서 만든 고양경찰서 비위경찰관 조사 결과 및 인사관리 실태 보고로 민간인 사찰과는 무관한 내용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민간인사찰#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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