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는 한우 등심, 민주 청년후보는 갈비탕… 같은 식당서 따로 식사,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3일 03시 00분


“간담회 가진뒤 정봉주 면회”… 黨, 조율없이 강행했다 무산
후보들 “힘이 없으니 참자” 나꼼수 “민주당에 따져라”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일 낮 12시 40분 충남 홍성의 한 한우식당.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팀과의 오찬간담회를 기다리던 민주통합당 청년 비례대표 후보 16명의 얼굴에 황당한 표정이 번졌다. 다른 방에서 홍성한우 등심을 먹고 있던 ‘나꼼수’ 팀이 간담회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년 후보들은 갈비탕으로 허기를 달랬다.

당황한 것은 ‘나꼼수’ 팀도 마찬가지. 매주 금요일 홍성교도소에 수감된 정봉주 전 의원을 면회한다는 ‘나꼼수’ 김용민 PD는 “식당에 와서야 간담회가 있다는 걸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이 같은 촌극은 민주당이 “청년 후보들이 나꼼수 팀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공지해 놓고 정작 나꼼수 팀과 일정을 조율하지 않아 빚어졌다. 흥행 부진을 겪는 청년 비례대표 경선을 띄우기 위해 무리하게 ‘나꼼수 마케팅’을 벌이다 빚어진 해프닝이다.

간담회가 무산된 이후 정 전 의원 면회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정작 청년 후보들은 인원수 제한 때문에 정 전 의원을 만나지 못했다. 대신 접견민원서신을 한 장씩 작성해 정 전 의원에게 전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한 여성 후보는 서신에 “저의 비키니 사진을 꼭 보내드릴게요. 파이팅!”이라고 쓰기도 했다. 이들은 이어 교도소 앞에서 “정봉주법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라”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나꼼수 김 PD는 교도소 앞에서 청년 후보들에게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도전하는 것 자체가 승리다” “나를 지지하는 후보를 중심으로 공천을 해야 한다”는 정 전 의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채널A 영상] “교도소엔 쥐가 많아” 나꼼수, 정봉주 의원 ‘환송회’

나꼼수 팀을 만나기 위해 왕복 4시간을 들여 홍성까지 온 청년 후보들이 교도소 앞에서 이벤트를 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이 되지 않았다. 몇몇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힘이 없으니까 참자” “앞으로 (당을) 바꿔야 할 게 많다”며 씁쓸해했다.

한 청년 후보가 이날 “나꼼수는 한우 먹는데 우리는 갈비탕 먹으랍니다”라고 트위터에 쓴 글이 계속 리트윗(재전송)되자 김 PD는 “민주당에다 불평하실 일입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결선을 통과한 16명의 청년 후보들에게 나꼼수 간담회는 외부 인사를 만나는 첫 공식 일정이었다. 원래 이들은 개강일(2일)에 맞춰 대학가에서 ‘반값 등록금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나꼼수 팀과의 만남이 성사됐다”는 소식에 일정이 바뀐 것. 이를 두고 당직자들조차 “2030세대 목소리를 대변할 청년 국회의원을 뽑는 경선이라면 교도소보다 대학부터 먼저 방문하는 게 올바른 순서 아니냐”고 꼬집었다.

3일 이들은 4·11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부산을 방문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성근 최고위원과 간담회를 갖는다.

한 청년 후보는 “중앙당 행사에 계속 들러리 서는 느낌”이라고 했다. “내게 표를 줄 또래 집단에게 나를 알릴 기회가 적어 답답하다”는 후보도 적지 않았다.

청년 후보 16명 중 민주당이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 가능권에 배치하겠다고 약속한 4명은 100% 인터넷·모바일 선거인단 투표로 선출된다. 만 19∼35세가 참여할 수 있는 선거인단 모집은 7일까지다.

홍성=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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