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문가들 “IAEA, 北 핵사찰 성과에 회의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일 10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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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영변 이외 지역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시설에 대해서는 최대한 감추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활동도 가급적 제한하려 들 것입니다."

"IAEA 사찰단이 북한을 방문해도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진 않지만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지난달 29일 밤(한국시간) 북미간 'UEP중단-영양지원' 합의 동시발표로 IAEA 사찰단의 방북을 앞둔 시점에서 핵 전문가나 외교관들은 과거의 사찰활동 실패사례를 예로 들며 이처럼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대한 핵사찰 허용에 합의는 했지만 핵무기 개발 야욕 포기를 확인시켜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라는 것이다.

앞서 미국은 빅토리아 눌런드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북한이 UEP를 중단하고 핵과 미사일 실험을 유예하는 등 비핵화 사전조치를 취하는 대신, 미국이 대북 영양지원을 하기로 한 것을 골자로 하는 6개항의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성명은 또 북한이 영변 우라늄 농축활동 유예를 검증 감시하기 위한 IAEA 사찰팀 복귀에도 합의했고, 24만t 규모의 대북 영양지원을 이행하기 위해 북한과 다시 만나 행정적 조치를 매듭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IAEA 사찰단이 이번 방북을 통해 얼마나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전혀 불확실하다는데 있다. 북한이 과거 1992년과 2009년 두 번이나 사찰단의 입국을 허용했지만 자국 핵시설 접근을 극히 제한했기 때문이다.

런던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핵무기 비확산 전문가 마크 피츠패트릭은 "북한은 언제나 IAEA에 대해 수상쩍게 생각해 왔다"면서 "그런 만큼 북한은 이번에도 가급적IAEA 역할을 제한하려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영변외 다른 지역에 UEP 시설을 건설해 놓았는지 누가 알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앞서 유엔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작성한 비밀보고서에서, 2010년말 공개된 영변 핵시설 외 비공개된 UEP 시설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견했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마크 힙스 연구원도 "이미 IAEA가 파악하고 있는 곳이거나 아직 신고되지 않은 시설이건 간에 북한이 비밀리에 핵농축 능력을 계속 개발할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과거 합의를 해놓고도 번번이 약속을 어겼지만 김정일 사후 최근들어 상당히 변화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 관리들이 인내와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핵무기 비확산문제를 연구하는 제임스 마틴 센터의 핵전문가 제프리 루이스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 같지 않다"면서 "하지만 사찰을 다시 해보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말하자면 북한의 속셈을 훤히 파악하고 있고, 큰 기대를 걸 수 없지만 다른 선택의 길이 없다는 것이다.

피츠패트릭도 "북한이 영변 이외 지역에 우라늄 전환시설은 물론이고 최소한 한개의 핵실험시설을 확보하고 있으로 추정된다"면서 "IAEA 사찰단이 우라늄농축시설을 육안으로 직접 보고 감시활동을 하면서 뭔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일부 기대감을 표출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아직 은닉시설에 대해서는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런 장소들에서 아마도 농축활동은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선임연구원인 쉐넌 카일도 "북한이 미신고 핵활동에 대한 검증을 해주려고 IAEA를 초청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가세했다.

한편 IAEA는 북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찰팀을 이미 구성, 결정만 내려지면 곧바로 북한으로 떠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아마노 유키야 IAEA 사무총장은 29일 북미간 합의를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하면서 영변으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빈에 파견돼 있는 한 대사는 IAEA가 북한에서 맞게될 제약에 대해 "우리는 진실과 맞닥뜨려야 할 것"이라며 "지금 뭔가 하는 것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며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이처럼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첫 북미 고위급 접촉에서 기대 이상의 합의를 도출하면서 북한의 핵사찰과 6자회담 재개 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세부사항 조율을 놓고 앞으로 신경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 쉽지않은 여정이 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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