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의 문제”… MB ‘FTA 반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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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폐기 주장에 직격탄… 박근혜의 비판 이어 쟁점화
민주 “중차대한 조약 날치기”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대통령선거 승리 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사실상 폐기하겠다고 밝힌 민주통합당을 겨냥해 “국격을 떨어뜨린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하는 게 한미 FTA다. 세계가 모두 미국과 FTA를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우리는 발효도 하기 전에 폐기한다는 얘기가 (민주당에서) 공공연히 나온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명숙 민주당 대표가 8일 주한 미국대사관을 찾아간 것에 대해 “민주화 시대에, 과거 독재시대도 아니고 외국 대사관 앞에 찾아가서 문서를 전달하는 것은 국격을 매우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한미 FTA가 발효되기 전에 폐기한다고 하는 것은 국익과 매우 관련된 일이기에 (정부가)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고 국무회의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현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통상 참석자인 장관뿐만 아니라 차관 및 청장들도 참석시키라”고 지시했다. 레임덕이 시작된 임기 5년차를 맞아 부처간 이기주의 혹은 복지부동 분위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회의에는 장차관급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이 근래 보기 드물게 야당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배경에 대해 청와대 측은 “이 대통령은 한미 FTA 찬반 태도가 정치집단의 정체성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정무라인에서는 올해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한미 FTA와 국가재정의 투입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적잖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한미 FTA를 두고 집권 때는 추진하다가 이제 와서 반대하고 폐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은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을 강력 비난했다. 신경민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오늘 국격을 말했지만 이런 중차대한 조약을 날치기하는 나라, 국회, 정당은 이 세상에 없다”고 맞받았다. 또 “국격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되는 것이다. 비리와 헛발질, 절차적 합리화로 만신창이가 된 국격을 진정으로 생각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박 위원장은 2007년 한미 FTA과 2010년 한미 FTA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 위상에 걸맞지 않은 무지의 소치이고 몰역사적인 궤변이다”라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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