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를 한다고 해서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관계자는 “불출마를 할 경우 대선 승리 시 장관 등 자리를 주겠다는 ‘딜’이라도 하고 싶지만 지금 누가 그런 약속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3김 시대 때처럼 ‘2인자’가 보스의 내락을 받고 공천판을 정리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
‘전략공천’의 화살만 피하면 당내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크다. 당 지지도가 낮은 탓인지 경쟁력 있는 정치신인이 별로 없다는 것. 영남권 일부에선 ‘전략공천’ 지역에 포함돼 설사 공천을 못 받더라도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승산이 있다는 자체 분석도 하고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학습효과’도 그들의 출마 의지를 부추긴다. 18대 총선 때 공천 탈락 후 친박 무소속 내지 친박연대로 출마해 살아남은 의원들은 “설마 두 번 떨어뜨리겠느냐”는 기대감이 있다.
중진들의 출마 강행 움직임 속에 친이(친이명박)계 핵심 인사들이 앞다퉈 총선 출격 채비를 갖추는 것도 눈여겨볼 기류다.
지난주 이방호 전 의원이 경남 사천 후보로 공천 신청을 했다. 18대 총선 당시 당 사무총장으로 공천 작업을 지휘했던 그가 이제 친박계가 장악한 당에 공천신청서를 접수시켜 심사를 받게 된 것. 그는 사석에서 “4년 만에 처지가 확 바뀌었다. 인생역전이네”라며 쓴웃음을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MB맨’의 총선 출마도 잇따르고 있다. 정동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서울 강남을 출마를 선언했고 이동관 전 언론특보도 서울 종로나 동대문 지역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박형준 전 사회특보, 김희정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일찌감치 부산 수영과 연제에 출사표를 냈다. 이재오 전 특임장관도 서울 은평을의 밑바닥을 다지고 있다. 친이계 인사들의 공천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도 박 위원장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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