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군수님’ 오규석 기장군수 기행 화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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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복에 고무신 신고… 부산시청앞 1인시위…

“나에게 24시간은 너무 가혹하다. 48시간을 달라.”

부산 기장군 오규석 군수(54·사진)는 집념과 기행의 군수로 통한다. 하루 일하는 시간은 16시간을 넘는다. 대부분 군민의 말을 듣고 민생현장을 돌아다니며 챙기는 시간이다. 복장은 항상 작업복 차림이다. 이러다 보니 손과 발, 귀는 동상에 걸렸다. 발목과 배는 살갗이 부르터 딱지가 더덕더덕 생겼다.

1995년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로 30대에 초대 민선군수에 당선된 오 군수는 2010년 무소속으로 출마해 12년 만에 돌아왔다. 취임 일성은 현장과 투명행정이었다. 그때부터 시작한 ‘365일 민원을 잠재우지 않는 군수실(일명 야간군수실)’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오후 6시부터 4시간 동안 시간이 없는 군민들로부터 애로사항을 듣고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오전 5시부터 시작된 일과는 오후 11시에야 끝이 난다.

오 군수 집무실에는 구두가 없다. 산악과 농지가 많은 관내를 둘러보기 위해 운동화 세 켤레와 장화 한 켤레, 흰 고무신이 전부다. 관용차도 4륜 구동 차량인 ‘베라크루즈’다. 2010년 7월 1일부터 지난달 30일 현재까지 관내 운행거리만 14만4371km. 하루 평균 250.21km를 돌았다. 그의 복장은 집무실, 현장, 공식 석상에서 늘 짙은 청색 작업복이다. 하복용 다섯 벌, 동복용 다섯 벌이 준비돼 있다.

그러나 오 군수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그는 최근 부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기장읍 만화리와 일광면 용천리 일원에 추진되고 있는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 부산시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오죽 절박했으면 군수가 나섰겠느냐”며 “더 이상 골프장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시에서는 “중재하고 조정해야 할 군수가 반대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돈키호테’라고 비꼬기도 한다. 그는 또 법원 판결을 무시한 채 국책사업인 신고리원전∼경남 북부지역 간 765kV 송전선로 철탑건설 허가도 내 주지 않고 있다. 주민 합의가 없다는 게 불허 이유다. 법원이 최근 “송전선로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경우 기장군은 10일부터 하루 500만 원을 한전에 지급하라”고 결정을 내리자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의 이런 행보가 ‘정치적 야심을 위한 것이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는 “군 살림 하나도 버거운데…”라며 너털웃음으로 대신했다. 한 모임 자리에서 YS에게 “군수가 대통령보다 중요하다”고 하니까 YS가 “너, 내하고 맞먹으려고 하지”라고 웃어넘겼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의 집무실에는 YS가 써 준 ‘浩然之氣(호연지기)’ 액자, 기장 출신 정치인 고 박순천 여사와 고 박태준 전 총리의 사진도 걸려 있다.

1980년 진주교대를 졸업한 그는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그러다가 1988년 동국대 한의대에 입학한 뒤 졸업과 함께 한의사 자격증을 땄다. 1994년 고향 기장읍에 한의원을 개원했다. 1995년 6월 민주자유당 공천으로 기장군수가 됐다. 당시 그는 동국대 총학생회장(1991년 3월∼1992년 2월)을 하면서 알게 된 임종석 민주통합당 사무총장과 출마와 관련한 의논을 했다. 임 사무총장은 “어떤 치마를 입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주의(主義)와 원칙이 변하지 않으면 된다”고 해 정치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고 밝혔다. 그를 잘 아는 한 대학교수는 “기득권층이나 제도권에서는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만 철학과 신념은 대단한 사람이다”며 “이런 자치단체장은 드물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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