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협에 돈 보내는 건 관행이었다”… 2008, 2010년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문제를 제기한 고승덕 의원은 5일 누가 전달했는지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2008년 전대 당선자인 박희태 국회의장과 2010년 당선자인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도 ‘돈봉투’ 제공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양측은 서로 전대 당시의 정황을 설명하며 “우리는 아니다”고 주장한다.

고 의원은 3일 채널A 시사토크 프로그램인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돈봉투를 돌려주자) 나를 적으로 생각하더라. 몇 년간 고생했다”고 했다. 다른 언론 인터뷰나 기고 등에서도 “그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 선배의 냉대는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채널A 영상]고승덕 ‘봉투 폭로’ 출연분 다시보기

우선 “몇 년간 고생했다”고 말한 점으로 미뤄 박 의장이 당선된 2008년 전대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고 의원은 “박 의장이냐”는 본보 기자의 질문에 “해가 바뀌면 몇 년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비켜갔다. “안 전 대표냐”는 물음에도 “누구라고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고 의원은 안 전 대표를 처음부터 지지했다. 고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신뢰를 받았다. 서로 나쁠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고 의원은 안 전 대표 취임 후 국제위원장을 맡는 등 집행부에도 참여했다는 것. 박 의장은 이날 오전 관련 소식을 듣고 “황당하다.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의장실 관계자가 전했다.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 의장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봉건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은 “전당대회 돈봉투 같은 일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최소한의 인사치레를 했을 것”이라며 “다른 캠프는 더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원희목 의원(비례대표)이 고 의원 지역구인 서울 서초을 등 강남을 노리자 안 전 대표 측을 겨냥해 터뜨린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고 의원은 “특정인을 겨냥한 폭로 의도는 전혀 없다”며 “검찰 조사에 성실히 협조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공공연한 비밀이 터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2008년 전대 때 한 캠프에서 일한 정치권 인사는 “돈봉투는 오랜 관행”이라며 정치권의 숨은 얘기를 비교적 상세히 전해줬다. 당협위원장이 대의원들과 함께 전당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필요한 버스 대절비, 식사비 등 각종 잡비를 후보가 대신 내주는 차원에서 거마비를 준다는 것. 보통 300만 원 정도를 보낸다는 게 이 인사의 얘기다. ‘돈봉투’ 문제를 폭로한 고 의원도 300만 원이 들어 있었다고 했다. 전국 245개 당협에 300만 원씩을 내려 보낸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론 그 돈만 7억3500만 원이나 된다. 득표 가능성이 전혀 없는 열세 지역엔 돈을 내려 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010년 전대 때 캠프에 참여한 다른 인사는 “특정 후보 측이 전대 당일 서울 인근 휴게소에 들러 버스에 탄 대의원들에게 1인당 10만 원씩 돈봉투를 돌렸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그 후보 측이 휴게소에서 각 당협 사무국장에게 300만∼500만 원을 주면 그 사무국장이 대의원들에게 나눠줬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전대 당일 영남지역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들이 경북 칠곡휴게소에 집결했으며 거기서 특정 후보 측이 돈봉투를 돌렸다는 소문도 있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특정 후보 측에서 대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주고 표를 묶어주는 협박용으로 영수증을 받았다는 소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기간에 각 후보가 전국 당협 사무실을 방문해 식사비와 격려금을 주는 사례가 있으며 전대 당일 동원되는 대학생들에게는 일당 5만 원을 준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금액을 합치면 당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전대 때 10억 원은 써야 할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한 의원은 “2010년 전대 때는 한 후보가 30억∼40억 원을 썼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소문일 뿐 실체가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돈 문제는 워낙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 이외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가 어렵다. 당의 한 관계자는 “후보나 최측근이 직접 건네지 않고 지역마다 담당 의원을 정해 그들이 당협위원장이나 당협 사무국장에게 나눠주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지만 돈 문제는 당사자 외에 알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2008년 전대 때 박 의장은 1억868만 원, 2010년 전대 때 안 전 대표는 1억4950만 원을 썼다고 각각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다른 후보들도 비슷한 금액을 신고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당대회 때 나눠주는 돈의 액수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것을 당연시하는 당협위원장들의 문화도 문제”라며 “이번 사건이 당의 선거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동영상=‘전당 돈봉투’ 의혹, 박희태 “나는 돈을 만져보지도 않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