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당내 논란의 중심에 선 이상돈 중앙대 교수. 그는 3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공공영역 활동 경험이 풍부한 40대가 공천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그에게 아직 ‘솔로몬의 해법’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정치 신인들의 진입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목표만은 분명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정치(공천)쇄신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돈 비대위원(중앙대 법대 교수)은 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천개혁의 최종 목표에 대해 “공공영역에서 10여 년간 활동한 40대가 지명도는 없어도 소명의식을 갖고 정치에 헌신한다면 누구든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과의 인터뷰는 중앙대 연구실에서 이뤄졌다. 인터뷰가 진행된 1시간여 동안 그의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책상에는 ‘한나라당 당헌·당규집’이 놓여 있었다. 최근 그의 삶의 변화와 고민의 지점을 엿볼 수 있었다.
―공천제도 개혁에서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정치를 하는 목적이 무엇이냐.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가장 빠른 수단이 정치다. 이를 위해 자기 몸을 던지겠다는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보다 많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뜬구름 잡는 얘기 같다.
“내 생각은 분명하다. 지명도가 없어도 반듯한 사람이 공천을 받아야 한다. 지역에 조직을 다져놓은 사람들이 유리해선 안 된다.”
―반듯한 사람은 누구인가.
“시민정신이나 애국심 이런 것이 중요하다. 공적 기여도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기초자치단체에서 일했다든지…. 또 하나 중요한 게 있다. 정치는 취미로 하는 게 아니다. 직업이다. 교수가 50대에 출마해 4년 국회의원을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그렇다면 지명도가 관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는 배제하는 것인가.
“오픈프라이머리는 참여의 폭을 넓히는 장점이 있지만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다. 그렇다고 시대흐름인 상향식 공천을 완전히 외면하고 과거처럼 중앙당에서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해 하향식으로 할 수도 없다. 공심위에 전부 맡기는 것은 가장 비개혁적인 제도 아닌가. 이것이 딜레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젊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슈퍼스타K’ 방식을 도입한다고 한다.
“개인 생각이지만 선진국에서도 그런 식으로 선발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정치는 소명의식이 중요하다. 10여 년쯤 사회 경험도 있어야 한다.”
―당 지지율보다 개인 지지율이 5%포인트 이상 낮은 현역의원은 교체 대상이라는 얘기가 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나는 그 방안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다. 분과위에서 전혀 논의된 바 없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일체의 기득권을 배제하고 모든 것을 국민 편에 서서 생각하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2004년 총선에서 차떼기로 유권자의 외면을 받자 많은 중진들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았나. 그러면서 세대교체의 공간이 생겼다. 이번에도 그런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후진들에게 길을 터주는 분들이 있어야 한나라당과 박 위원장이 숨을 쉴 수 있다.”
―결국 중진들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매우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는 존경할 만한 다선 의원들이 별로 없다. 또 지역주의에 안주했던 정치인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저축은행 등 여러 비리에 연루된 의원도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까지 다 끌고 가서 선거하면 한나라당은 붕괴한다.”
―박 위원장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TK)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일어나야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준다고 말했는데….
“어제 한 의원이 나서지 않았나.(2일 대구가 지역구인 4선의 이해봉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총선에서 선전하기 위해서는 새 인물이 대거 등장해야 하며 그 시발점이 대구·경북이 돼야 한다. 좀 더 지켜보자.”
―‘물갈이 발언’ 때문에 역공이 만만치 않다.
“(역공에 대해) 관심도 없고, 할 말도 없다. 밖에서 (내부 싸움을) 어떻게 볼지 생각해봐라. 이런 상태로 2월까지 가면 국민이 등을 돌린다. 정치는 상대방의 실패를 먹고 사는 것 아니냐. 4월 총선의 희망도 없어진다.”
―공직자나 언론인이 4·11총선에 나서려면 이달 12일까지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 전에 공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나는 모든 제도가 가지고 있는 부작용을 굉장히 걱정하는 사람이다. 다음 주초까지는 여러 제도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분석할 것이다. 설(1월 23일) 이전에 최종 방안을 내놓으면 다행이다.”
―어떤 안을 내놓아도 비판을 피할 수 없지 않나.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제도는 없다. 그렇지만 좋은 사회,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한나라당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알려지지 않은 사람, (정치에 투신하기) 이전의 직업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공천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한나라당이 살고 보수정당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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