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위장 국내 침투한 공작원… 조사중 신분 탄로나자 목숨 끊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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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성 탈북자가 정부 합동신문 과정에서 위장탈북 사실이 드러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국가정보원이 27일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30대 탈북자 1명이 경기 시흥의 중앙합동신문센터 내 자신의 숙소에서 13일 새벽 운동복 끈으로 목을 맨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고 밝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 남성은 북한 공작조직으로부터 ‘탈북자를 지원하는 국내 ○○선교단체의 위치와 선교사 신원을 파악해 보고한 뒤 잠복하라’는 지령을 받고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침투했다. 그는 12일 이런 내용을 자백한 뒤 숙소로 돌아가 목을 맸다.

정부 소식통은 “이 탈북자는 자신을 뒤따라 국내로 잠입할 공작원의 동선을 상세히 설명하는 등 조사에 매우 협조적이었다”며 “북한에 남겨진 가족이 처벌받게 될 것이 두려워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공작원이 지령을 받은 뒤 변심하지 못하도록 가족을 볼모로 잡아두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국정원은 이 사건을 경찰에 즉시 신고했으며 13일 안산지청의 지휘 아래 경찰이 숙소 현장검증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외력에 의한 손상이 전혀 없고 목 부위 상흔 등으로 미뤄 자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 탈북자가 언제, 어디를 통해 입국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가 노린 곳은 북-중 접경지역에서 탈북자들이 국내로 들어오도록 돕는 선교단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탈북자는 국정원과 군, 경찰로 구성된 합동신문센터에서 1, 2개월 동안 북한 내 행적과 탈북 목적에 대해 조사를 받은 뒤 국내 적응시설(하나원)로 옮겨 최장 6개월까지 추가 조사 및 교육을 받는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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