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분간 일정 잡지 말라”… 결단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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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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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쇄신안’에 친박은 난감… 쇄신파는 격한 반발

홍준표 “내 방식대로 간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당사에서 당 쇄신안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홍준표 “내 방식대로 간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당사에서 당 쇄신안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당 쇄신안 발표를 본 친박(친박근혜)계 진영은 8일 답답해하는 모습이었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오늘 쇄신안을 보면 홍 대표가 자리를 지키겠다는 생각이 강해 보인다. 실질적 수명을 다했으니 이제 내려놔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친박 의원들은 유승민 최고위원의 사퇴 이후 최고중진연석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치면서 친박계가 홍준표 체제를 재신임한 것처럼 비치는 데 대해서도 난감해하고 있다. 당초 친박계는 의총에서 홍 대표에 대한 압박이 거셀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홍 대표에 대한 재신임으로 결론이 난 데 이어 홍 대표가 의욕적인 쇄신안을 내놓자 “당이 국민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른 친박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홍 대표에게 ‘내가 할 테니 물러나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친박 일각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박 전 대표가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발표한 민본21과 같이 중립, 쇄신파 의원들 주도로 박 전 대표가 등장할 수 있는 당내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바라는 기류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장고에 들어갔다. 8일 친박계 구상찬 의원의 출판기념회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축전만 보냈다. 박 전 대표는 측근들에게 “당분간 외부 일정을 잡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의 고민은 자신이 직접 당의 전면에 나설지 말지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박계 인사는 “박 전 대표의 머릿속에 친이 친박은 없다. 비대위원장을 할 것이냐 당 대표를 할 것이냐의 문제도 아니다. 자신의 대권 플랜까지도 제로베이스에 두고 한나라당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문제는 그 고민의 정도가 하루가 갈수록 깊어질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등 떠밀려서 등장하는 모양새가 아니라 한나라당의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화두로 새 횃불을 들어야 한다”며 “일부 의원의 탈당 등 쇄신 동력이 흩어지기 전에 다음 주에는 고민의 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친박 의원들이 먼저 불출마 선언이나 당협위원장 사퇴를 통한 공천 기득권 포기 등으로 박 전 대표의 활동 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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