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충돌]與, FTA 기습상정 4시간만에 “산회”… 직권상정 강행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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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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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비준안 협상 결렬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가운데)이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외통위 회의실 앞을 막자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외통위원장(왼쪽)이 김 의원의 의자를 빼는 과정에서 김 의원이 넘어지고 있다. 남 
위원장이 의자를 붙든 채 넘어져 있는 김 의원에게 일어날 것을 요청했지만 일어나지 않자 직접 김 의원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가운데)이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외통위 회의실 앞을 막자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외통위원장(왼쪽)이 김 의원의 의자를 빼는 과정에서 김 의원이 넘어지고 있다. 남 위원장이 의자를 붙든 채 넘어져 있는 김 의원에게 일어날 것을 요청했지만 일어나지 않자 직접 김 의원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여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2일 극심하게 대립했다. 3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한나라당은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비준동의안 논의를 시도했지만 야당의 저지로 무산됐다. 여야는 국회 본청 외통위 소회의실에서 4시간여 동안 대치한 끝에 해산했다. 외통위에서의 대립이 격해지자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별도로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 남경필 “한미 동맹은 찬성하나”


강기갑 이번엔 카메라 눈가리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 문을 잠그고 농성 중인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2일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의 어깨를 밟고 올라가 회의실 내 폐쇄회로(CC)TV 카메라를 신문지로 가리고 있다. 회의실 
진입을 시도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내부 상황을 알 수 없게 하려는 것이었다. 결국 회의실에 못 들어간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강 
의원이) 테러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강기갑 이번엔 카메라 눈가리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 문을 잠그고 농성 중인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2일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의 어깨를 밟고 올라가 회의실 내 폐쇄회로(CC)TV 카메라를 신문지로 가리고 있다. 회의실 진입을 시도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내부 상황을 알 수 없게 하려는 것이었다. 결국 회의실에 못 들어간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강 의원이) 테러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2일 오전 일찍부터 외통위 전체회의실로 들어가는 문을 막았다. 오전 9시 반경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소회의실을 통해 전체회의실로 들어가려고 시도했으나 민노당 김선동 의원 등이 의자에 앉은 채로 문 앞을 가로막았다. 남 위원장이 “비켜 달라”며 김 의원의 의자를 빼는 과정에서 김 의원이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졌다. 남 위원장은 김 의원을 일으켜 준 뒤 “한미 동맹에는 찬성하시느냐”고 물었지만 김 의원은 대꾸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회의실 문을 안에서 잠가 남 위원장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2008년 12월 한미 FTA 비준안 상정 과정에서 해머로 외통위 출입문을 부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던 민주당 문학진 의원이 “2008년엔 한나라당이 문을 걸어 잠갔지. 우리가 벤치마킹한 거지”라고 말하자 남 위원장은 “망치로 (문) 부순 거 국민들이 기억해”라고 맞받아쳤다. 남 위원장은 민노당 곽정숙 의원 등에게 “(야당의 행동은) 북한이 핵 협상할 때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것과 같다. 김정일 수법과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몇 차례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던 남 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후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체회의실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바로 옆의 소회의실에 모였다.

남 위원장은 낮 12시경 소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외교부 예산안 심의를 상정했다. 야당 의원들도 여기에는 참여해 약 2시간 동안 예산안 토론이 진행됐다. 이후 남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에게 전체회의실로 향하는 문을 열어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응하지 않자 “이런 식이라면 그냥 FTA를 (심의)할 수밖에 없다”며 오후 2시경 구두(口頭)로 비준안 상정을 선언했다. 비준안은 이미 지난달 외통위에 상정됐지만 이날 예정된 안건에 없던 비준동의안의 논의를 시작하자는 뜻으로 남 위원장이 ‘상정’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 서로 ‘당신이 이완용’

그러자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남 위원장에게 “이완용 되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남 위원장은 “당신이 이완용”이라고 맞섰다. 정 최고위원은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향해 “존경하는 이상득 의장님, (여당 의원들이) 전부 의장님 얼굴만 보고 있는 것 같은데 한 말씀하세요”라고 몇 차례나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부의장이 FTA 비준안 처리 상황을 사실상 지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에 발끈하며 “다시 그런 말 하면 내가 구체적으로 당신 이름을 거명하겠소”라고 항의하는 이 전 부의장의 목소리는 분함을 못 이긴 듯 심하게 떨렸다.

남 위원장도 정 최고위원에게 “만날 트위터만 보시지 말고… 트위터에 빠져 있다.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야당 의원들에게 비준동의안을 이날 처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야당 의원들은 “믿을 수 없다”며 대치 상태를 풀지 않았다.

결국 남 위원장이 오후 6시 20분경 “내일(3일) 본회의까지는 외통위 회의를 안 할 것”이라며 산회를 선포하자 한나라당 일부 의원이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전 부의장은 남 위원장에 대해 “순진하다, 순진해”라고 했고 윤상현 의원은 “(남경필) 위원장 사퇴하라고 그래. 사회권 넘겨줘”라며 “(민주당은) 안철수 박원순에게 승낙받고 범국본(한미 FTA 반대 범국민운동본부)에게 승낙 받고 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 정동영 “만민 공동회 열자”

여야 원내대표는 원내수석부대표가 배석한 가운데 1시간반가량 비공개 회담을 했다. 민주당 김진표 원대대표가 이 자리에서 “협정 발효 후 즉시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유지 여부에 관한 협의를 시작하는 것을 한미 대통령이 약속하라”고 요구하자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여야는 언론 등을 통해서도 장외 설전을 벌였다. 김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에 나와 “이 대통령이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그렇게 절친한 사이면 ‘ISD는 우리 국회에서 반대가 많으니 일단 지속 여부를 재협의하도록 하자’는 얘기도 못하느냐”고 말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트위터 등을 통해 “서울광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열자” “국민투표 합시다” “주권자들이여, 국회를 점령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금 FTA 반대론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매국노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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