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들어본 추석 민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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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50대 “시골사람들도 안철수 이름은 다 안다”
대구 20대 “일시적 바람… 지자체장 맡는 게 낫다”

이번 추석 연휴는 짧지만 그 어느 때보다 정치 이슈가 풍성한 명절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은 안철수(사진)와 박근혜였다.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들이 추석 연휴 중 고향으로 내려가 각 지역의 민심을 직접 들어본 결과 지역마다 특정 이슈에 대한 인식은 다르지만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정치 이슈가 어느 때보다 화제로 떠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안철수, 안철수, 안철수…

지역마다 ‘바람’의 세기는 달랐지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장은 역시 최대의 화제였다.

안 원장의 고향이자 여권에 대한 민심이 들썩이고 있는 부산에선 안 원장을 기성 정치권에 대한 경고의 시그널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았다.

▶본보 9일자 A1·2면 참조
A1·2면 野心 끓는 PK… “부산선 與 2명만 당선권”


우모 씨(57·상인·부산 동래구 사직동)는 “개인적으로 안철수가 뭐를 하는 사람인지는 잘 모르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기성 정치권이 자기 잇속만 챙기려다 ‘안철수 바람’이 인 것 아니냐”며 “안철수든 누구든 새 인물이 나와서 정치권을 갈아엎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도권과 함께 안 원장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호남권에선 실제로 ‘안철수 바람’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백모 씨(65·주부·전북 전주시)는 “안철수 씨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항마로 등장해준 것 자체가 반갑고, 고맙다”고 말했고, 윤모 씨(41·자영업·전북 익산시)는 “안 원장이 내년 대선까지 뛰었으면 좋겠다. 박 전 대표에게도 경쟁자가 나타난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충북 음성군에 사는 이모 씨(51·자영업)는 “요즘은 신문, 인터넷 등을 통해 시골 사람들도 안철수라는 이름을 다 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지역구가 있는 대구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철수 바람’을 높게 평가하지는 않는 듯했다. ‘일시적 현상’ ‘찻잔 속의 태풍’이라는 말도 자주 들렸다. 대학원생인 류모 씨(28·대구 달성군)는 “안 원장이 대선주자로 떠오르는 건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안 원장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행정을 맡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정치권, 내년 총선에서 두고보자”

‘안철수 바람’에 대한 평가와는 달리 기성 정치권에 대한 비판은 지역을 불문하고 거셌다. 일부 지역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가만두지 않겠다” “백성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해주겠다”는 식의 험악한 표현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부산 동래구에 사는 회사원 손모 씨(36)는 “기성 정치인들의 밥그릇 싸움이 그야말로 도를 넘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갈아보자는 여론이 확산될 것”이라며 “특히 부산을 텃밭이라고 생각하는 한나라당이 위기감을 느끼고 분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충북 제천시 중앙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는 60대의 한모 씨는 “정치고 뭐고 물가가 너무 올라 도무지 장사가 되지 않는다. 한나라당이고 민주당이고 선진당이고 다 싫다”며 이마를 찡그렸다. 경남 김해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모 씨(49)도 “한나라당, 민주당 모두 실망스럽다. 이런 실망감이 안철수 열풍으로 표출되는 거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경남 창원시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노모 씨(35)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하는 짓을 보면 정말 한심스러운 수준”이라고 혀를 찼다.

대구=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제천=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창원=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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