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않고 한국 국적 지켰더니 외국인보다 홀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6일 0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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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재일교포 가정, 다문화지원법 개정 촉구

"일본에서 태어나 20년 넘게 일본인으로 귀화하지 않고 버티다 한국으로 시집왔더니 다른 외국인 결혼이민자보다 홀대받네요" 한국으로 시집온 재일교포 3세 여성들이 다문화가족 지원 대상에 포함해 달라며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3월부터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따라 '외국인+한국인' 또는 '귀화자+한국인' 부부에게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만 5세 이하 자녀의 어린이집ㆍ유치원 보육료(월 17만7000¤39만4000원)를 지원하고 있다.

재외동포 가운데 외국 국적자이고 외국에서 15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 한국인과 결혼한 가정도 지원 대상이다.

그러나 일본강점기 때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들의 후손으로, 부모 세대를 이어지금까지 한국 국적을 지켜온 재일교포 3세는 한국인과 결혼했더라도 `한국인+한국인' 부부라는 이유로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재일교포 3세인 김귀자(33)·화자(32)씨 자매가 이런 경우로, 각각 2006년과 2007년 한국인과 결혼해 아이를 낳았으나 외국 국적의 재외동포와는 달리 보육료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씨 자매는 26일 "다문화가정 보육료를 지원한다기에 동사무소에 찾아갔더니 한국 국적자라는 이유로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며 "심지어 동사무소 직원으로부터`일본인으로 귀화하지 그랬냐'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고 한국어도 잘 못해 문화적으로는 외국인"이라며 "다문화 가정을 지원한다면서 재일교포 3세를 배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동사무소 직원들이 다문화 가정 지원범위를 제대로 알지 못해 혼선을 빚는 사례도 발견된다.

한국인 남편을 둔 재일교포 3세 이정자(37·여)씨와 구청미(37·여)씨는 한국 국적임에도 관할 동사무소를 통해 보육료를 지원받고 있는 것.

구씨는 "동사무소에 분명히 한국 국적의 재일동포라고 밝혔음에도 '주민번호 없이 거소신고번호만 있어서 다문화가정 지원 대상'이라고 했다"며 "똑같은 상황인데도 받은 사람, 못 받은 사람이 있고 뒤늦게 환수조치 통보를 받은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한국 국적의 재일동포 3세 가정은 현행법상 다문화 보육료 지대상이 아니다"라고 확인했으며 여성가족부는 "현재 재일동포 3세 가정을 포함하고자 다문화가족지원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김씨 자매는 자신들과 같은 처지의 재일교포 여성들을 규합, 다문화가족지원법 개정을 위한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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