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재산’ 北기술로 회사차려 공작금 조달… 93년 김일성 만나 지령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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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지하당 5명 구속기소

북한 대남공작부서인 노동당 ‘225국’ 지시로 결성돼 17년간 암약하다 최근 공안당국에 적발된 남한 지하당 ‘왕재산’은 북한이 제공한 기술로 정보기술(IT) 업체를 차려 공작금을 자체 조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왕재산은 또 해외에 서버를 둔 G메일 등을 통해 최첨단 은닉 통신 기법인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 방식으로 암호화된 지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스테가노그래피가 실제 간첩수사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진한)는 왕재산 총책 김모 씨(48)와 인천지역책 임모 씨(46), 국회의장 보좌관을 지낸 서울지역책 이모 씨(48), 연락책인 또 다른 이모 씨(43)와 선전책 유모 씨(46)를 이적단체 구성,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등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 5명은 북한으로부터 각각 관덕봉, 관순봉, 관상봉, 성남천, 성봉천 등 비밀암호명(공작대호)을 부여받아 활동했다.

검찰에 따르면 왕재산은 2002년 6월 IT기업 ㈜지원넷을 차려 북한에서 받은 핵심기술로 차량번호 영상인식 주차관제시스템을 개발해 판매했다. 이 회사 매출액은 22억 원(2009년 기준)에 이르렀다.

검찰은 또 “왕재산이 인천을 ‘남조선 혁명’을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삼기 위해 2014년까지 군부대 등 주요시설을 장악하거나 폭파할 음모를 꾸미는 등 국가변란을 기도한 사실을 지령문 등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225국이 왕재산에 “공산혁명을 위한 시민군과 같은 무장대 결성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총책 김 씨가 지난해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 뒤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 중앙위를 목숨으로 사수하며 후계자님을 받들어 혁명승리를 위한 총폭탄이 되겠다”는 충성맹세문을 북한에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김 씨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숭배하는 ‘주사파’ 출신으로 1993년 8월 26일 김일성을 직접 만나 지령을 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공안당국은 왕재산이 225국으로부터 “군 장병을 포섭해 군사 정보를 수집하라”는 지령을 받은 사실도 확인해 국군기무사령부와 공조 수사 중이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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