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간첩 단체 ‘왕재산’… 인천지역 방송국 장악 - 군부대 폭파 음모 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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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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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책 金씨 김일성 만난 날짜 ‘93826’ 암호 활용

25일 검찰과 공안당국은 “왕재산은 북한의 ‘남조선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간첩활동을 해 온 전형적인 반(反)국가단체”라고 밝혔다.

○ 위장사업체에서 공작금 조달

검찰에 따르면 왕재산 총책 김모 씨는 2002년 6월 주차장용 차량번호 인식시스템 등 개발·판매업체인 ㈜지원넷을 설립했다. 2009년 중반 북한 225국으로부터 ‘차량번호 인식시스템’ 핵심 기술을 지원받고도 ‘지원넷 LPR(License Plate Recognition System·차량번호 영상인식) 주차관제 시스템’을 자체 개발한 것처럼 홍보하며 같은 해 11월 판매에 들어갔다. 예전처럼 공작금을 북한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조달한 것이다. 조직원들은 여러 차례 해외 출장을 다니며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등지에서 225국 공작조와 200여 차례 접선했다. 2001년 11월엔 북한 선전자료를 국내 대학도서관 등에 판매하는 전자책 출판 전문 벤처기업 ㈜코리아콘텐츠랩을 세워 선전거점으로 활용했다.

○ “인천 주요 시설 폭파 음모”

검찰은 “왕재산이 인천을 혁명 전략 거점으로 삼기 위해 주요시설 및 군부대 등을 장악하거나 폭파할 음모를 꾸몄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225국은 “인천 남동구와 남구, 동구를 특별히 거명해 인천지역당 소조책(하부 조직원)에게 2014년까지 이들 3개 지역 행정기관과 방송국 등을 장악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남구에선 저유소와 주안공업단지, 보병사단, 공수특전단, 공병대대 등에 경비원, 관리직원, 장교 등을 매수해 2014년까지 폭파 준비를 완료하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 정치권 상층부에 개입하라는 지령

검찰은 “왕재산이 각종 선거 때마다 진보세력 역량을 확대하고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진보 대통합정당을 구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올 5월엔 “진보대통합정당 건설과 관련해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사회당을 고사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왕재산은 “6·2 지방선거에서 조직원들이 열심히 투쟁해 포섭 대상인 민노당 후보를 시의원이나 구의원으로 당선시켰다”고 보고했다. 국회의장 보좌관을 지낸 서울지역책 이모 씨는 2008년 2월 18대 총선을 앞두고 경기 남양주을 지역구에서 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이 씨는 옛 평민당 재야입당파 모임인 평화민주통일연구회 소속 국회의원 및 회원 10여 명과 정치적 연대를 긴밀히 유지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 군사기밀 유출

수사 결과 225국은 유사시 군사작전계획과 조직편성, 군사정책·훈련자료, 미군의 전시 기동계획과 야전교범,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 위성사진 등 광범위한 군사자료를 요구했다. 왕재산은 용산·오산 미군기지 및 주요 군사시설 등이 상세히 나와 있는 위성사진과 미군 야전교범, 군사훈련용 시뮬레이션 게임 등을 수집해 대용량 외장 하드디스크에 담아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성사진엔 발전소, 가스기지, 방위산업체, 백령도 등의 지형정보와 전투비행단, 탄약·미사일 기지 등 위치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또 2005년 8월 조선노동당 창건 60돌 기념일에 매화 문양이 새겨진 ‘매화석’을 정성품(선물)으로 북한에 보냈다. 충성심을 인정받은 김 씨 등 4명은 북한으로부터 노력훈장을 받았다.

○ “총책 김 씨는 김일성 만났다”

검찰은 총책 김 씨가 북한의 ‘주체사상’을 숭배하는 ‘주사파’ 출신으로 1993년 8월 26일 김일성을 직접 만나 이른바 ‘접견교시’(김일성 또는 김정일을 직접 만나서 공작 지령을 받는 것)를 받았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김일성을 만난 날짜 ‘93826’을 대북보고문 등의 암호로 활용했다는 것. 인천지역책 임모 씨는 2005년 인천 문학산 패트리엇 미사일 배치 저지 시위와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시위 등에 적극 참여한 사실이 증거 사진 등으로 확인됐다. 왕재산이 2005년 8월 인천지역당인 ‘월미도’, 2005년 12월에는 서울지역당인 ‘인왕산’을 결성한 사실도 확인됐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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