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난10일 연평도 인근 NLL해상 포격때 軍 대피방송 요구, 면사무소서 묵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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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직무유기 혐의 고발”

북한이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을 향해 두 차례 기습 포격을 감행한 10일 연평면사무소가 군의 요청을 무시하고 대피 안내방송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10일 오후 1시와 7시 46분경 두 차례에 걸쳐 연평도 동북쪽 NLL 인근 해상을 향해 사전 예고 없이 해안포로 5발을 사격했다.

군은 우선 오후 1시 50분경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연평도 주변 선박에 “북한에 대응 사격할 예정이니 피항하라”고 방송했다. 이어 군은 북한이 처음 사격한 해안포 3발 가운데 1발이 NLL 인근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오후 2시경 연평도의 K-9 자주포로 3발을 대응 사격했다. 군은 대응 사격에 따른 북한의 추가도발을 우려해 오후 2시 40분경 면사무소에 주민 대피방송을 요청했다.

하지만 면사무소는 대피방송을 하지 않았다. 대신 면사무소 직원 몇 명이 마을을 돌며 논밭이나 갯벌에서 일하는 일부 주민에게만 “북한이 사격훈련을 했으니 가능하면 대피하라”고 권유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후 7시 46분 북한이 추가로 2발을 사격한 뒤 불안감을 느낀 일부 주민이 면사무소에 문의하자 그때서야 “태풍 ‘무이파’ 때문에 대피시설에 물이 고이고 전기가 끊겨 갈 수 없다”고 해명했다는 것이다. 결국 면사무소는 주민들이 대피소 관리 문제에 대해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을 걱정해 대피방송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그러자 일부 주민은 면사무소를 방문해 거칠게 항의했고 결국 해병대 연평부대장이 이날 오후 9시 42분 “현재 NLL 주변이 안정적인 상황으로 바뀌었으니 주민들은 동요하지 말고 평소와 같이 생활해 달라”고 안내 방송을 해 상황을 진정시켰다. 김재식 주민자치위원장(52)은 “북한의 2차 도발 이후 두려움을 느낀 일부 주민이 면사무소에 ‘인천으로 피난할 테니 행정선을 띄워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마저도 무시했다”며 “대피방송을 하지 않은 면사무소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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