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망언 규탄” 울릉도에 붙은 플래카드 9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항 근처에 일본 정치인들이 최근 울릉도 방문을 시도한 것과 독도 관련 망언을 한 것을 규탄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외교통상부가 최근 2년간 3380건의 세계지도를 조사한 결과 1.5%만 독도를 한국 땅으로 표기하고 있다. 울릉도=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미국이 국제수로기구(IHO)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을 공식 확인하면서 이를 둘러싼 정치 외교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외교력의 부족을 탓하는 정치권의 비판 속에 강력한 외교적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국무부는 8일 동해(East Sea) 표기 문제와 관련해 “연방정부 기관인 지명위원회(BGN) 표기 방침에 따라 ‘일본해(Sea of Japan)’를 사용한다는 것이 국무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일본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BGN에 의해 결정된 표기들을 사용하는데 해당 해역에 대한 BGN의 표기는 ‘일본해’”라고 말했다. 미국이 최근 IHO의 해양경계 담당 실무그룹에 제출한 서한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국내 언론의 보도를 공식 확인하는 발언이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여야 할 것 없이 강하게 반발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9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것은 대한민국으로서는 참으로 중요한 문제”라며 “일본해 단독 표기가 아닌 동해, 이스트시(East Sea)로 병행 표기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일 관계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체(國體)에 관한 것”이라며 사안의 비중을 강조했다.
같은 당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동해는 민족의 정체성이 녹아 있는 아주 상징적인 바다인데 다른 나라에서 일본해라고 이름을 바꿔 함부로 의견을 낸다는 것에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여당 간사인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 역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일본 입장을 두둔한 것이라면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 독도영토수호대책특별위 소속인 민주당 전병헌 의원도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동맹을 외면한 일방적인 일본 편들기이며 이명박 정부의 한심하고 무능한 외교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대미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최소한 동해 병행표기만이라도 미국 측에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장이 확산되자 외교통상부는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신맹호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그간 국제사회의 동해 표기 확산을 위해 국제기구 차원과 주요국들과의 양자 차원에서 다방면의 노력을 해왔다”고 해명했다. 신 부대변인은 “앞으로도 우리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의식해 공개적으로 양국이 부딪히지 않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IHO 총회가 열리는 내년 4월까지 회원국들을 상대로 동해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리고 ‘동해-일본해’로 병행 표기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계속해나갈 방침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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