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에 제동걸린 ‘희망버스’

  • Array
  • 입력 2011년 8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3차 행사, 여론 의식 불법 가두행진 없이 끝나

영도 진입 막는 주민들 지난달 30일 부산 영도구 주민들이 부산대교 입구에 버스를 세우는 등의 방법으로 3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영도 진입을 막았다. 부산=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영도 진입 막는 주민들 지난달 30일 부산 영도구 주민들이 부산대교 입구에 버스를 세우는 등의 방법으로 3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영도 진입을 막았다. 부산=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결국 부산시민이 이겼다.”

지난달 30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한 부산행 3차 ‘희망의 버스’ 행사가 큰 충돌 없이 끝났다. 희망버스는 부산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6개월 넘게 고공 크레인 시위를 벌이는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51·여)을 응원하려고 노동 및 진보단체 회원, 진보 성향 시민들이 기획한 행사다.

이날 충돌이 없었던 것은 2차 희망버스 행사 때 큰 불편을 겪은 부산 영도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행사 참가자들이 대규모 거리행진을 하지 않은 데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영도구로 집결했기 때문이다. 3차 버스 참가자는 경찰 추산 5000여 명(주최 측 추산 1만 명)으로 1차(6월 12일·700여 명)보단 많았지만 2차(7월 9일·7000여 명)보다는 적었다.

○ 부산시민이 막아낸 ‘희망버스’

2차 행사 때는 부산역에서 조선소로 가는 핵심 도로인 중앙로와 영도구 일대가 극심한 교통 체증을 보인 데다 시위 소음으로 주민 불편이 많았다. 이 때문에 영도 주민은 부산시와 부산지역 상공계, 상가연합회,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3차 희망버스 절대 반대’ 의지를 수차례 밝혔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3차 행사 참가자가 대폭 준 것은 물론이고 불법 시위도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1개 동으로 꾸려진 영도구 주민자치위원장 협의회는 “희망버스를 몸으로 막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실제로 이들은 3차 행사 당일 영도조선소로 향하는 참가자들을 막았다. 박태석 주민자치위원장 협의회장(63)은 “영도 주민들이 직접 온몸으로 희망버스를 막아 가두행진을 못 했기 때문에 큰 마찰이 없었던 것 같다”며 “4차, 5차 희망버스가 올 땐 더 많은 주민을 동원해 참가자들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 회원 300여 명은 30일 오후 9시경 영도대교 앞에서 영도 방향으로 들어가는 시내버스를 막아서며 “희망버스 참가자는 내려라” “신분증을 보여줘라”라고 말한 뒤 승객들을 끌어내 마찰을 빚기도 했다.

○ 4차 행사 예고

희망버스 행사 참가자들은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역과 인근 한진중공업 인근에서 1박 2일간 노래공연, 정리해고 철회 요구 자유발언, 김진숙 위원에게 풍등(風燈) 띄우기 등 문화제 형식으로 집회를 이어갔다. 31일 오전 부산지방경찰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한 뒤 오후 1시 반경 자진해산했다. 부산경찰청 항의집회 때는 ‘너희는 고립되었다’는 빨간색 손 피켓을 들고 참가자들이 청사를 에워싸기도 했다.

3차 행사에는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종걸 민주당 의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고문,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참여했다.

3차 행사는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지만 4차 행사가 또 열릴 것으로 보인다. 희망버스 기획단은 조만간 4차 행사 형태, 개최 시기, 장소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기획단은 “3차 희망버스는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거리행진을 하지 않고 문화제 장소로 한진중공업 앞을 고집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일부 영도 주민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초법적,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한 것은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