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쉽습니다/취임 1년 민선5기 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1>김문수 경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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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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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개발 약속 못지켜 죄송… 정부 책임회피로 GTX 늦어져”

《 다음 달 1일 민선 5주기 취임 1주년에 맞춰 동아일보는 지방자치단체장 릴레이 인터뷰 ‘이건 아쉽습니다’를 시작한다. 이번 인터뷰는 단체장이 1년 동안 낸 성과와 향후 역점 시책을 묻는 그동안의 인터뷰 관행에서 벗어나 공약 중 지키지 못한 것이나 아쉬운 점을 반성하는 얘기를 소개할 예정이다. 》
김문수 경기도지사(사진)는 민선 4기 시절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때 성공시킨 뉴타운 사업을 슬럼화한 도시재생의 획기적인 대안으로 봤다. 뉴타운 지구를 23곳이나 지정하고 강력히 추진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미 4개 지구가 사업을 취소하거나 포기했다. 1곳은 곧 취소할 예정이다. 김 지사는 “주민이 원치 않으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했다.

민선 5기 취임 1주년(7월 1일)을 앞두고 23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 지사는 도지사로서 추진해온 일들 가운데 위기에 처한 뉴타운 사업을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김 지사는 “낙후된 도심을 재생하고 도민에게 좋은 주거 여건을 제공하려고 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돼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뉴타운 위기를 불러온 또 하나의 원인으로 보금자리주택을 지목했다. 김 지사는 “보금자리주택의 80%가 경기도에 몰려 있다. 저렴한 주택이 있는데 누가 부담금을 내면서 뉴타운 사업에 나서겠느냐”며 “보금자리주택은 주택산업에 큰 타격을 줬고 전세대란을 몰고 온 주범”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으로 도심재생사업은 지역별 특성에 맞게 소규모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화성에 유치하기로 한 유니버설스튜디오 테마파크도 지지부진하다.

“삽 뜨는 것은 고사하고 땅값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정부가 소유한 서해안 간척지 435만 m²(약 132만 평)의 땅값을 협상하느라고 3, 4년이 흘렀다. 이젠 또 땅값 지불조건 때문에 차일피일 늦춰지고 있다. 어느 나라가 감정가대로 다 받고 투자 유치하나.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추진한 싱가포르 유니버설스튜디오는 3년여 만인 지난해 3월 문을 열어 중국인 관광객을 빨아들이고 있다. 도지사로서 최선을 다해 유치하고 정부에 촉구했지만 안타깝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민간사업이냐, 정부 고시사업이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데….

“민간사업으로 하면 올해 착공이 가능하고 5년 뒤에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미 전문가 검토를 마친 사안을 정부가 또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철도선진국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정부가 일하기 싫어 책임회피를 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도 임기 말로 가면서 또 삽질하느냐는 비난과 다른 지방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공무원들도 다음 정권을 의식해 최대한 미루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GTX는 교통 혼잡비용 연간 7000억 원 감소, 26만 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져온다. 이에 비하면 청계천 복원은 소규모 사업이다. 청계천 복원이 도시환경 미화작업이라면 GTX는 대한민국의 생활과 지도를 바꾸는 교통혁명이자, 전 세계에서 벤치마킹하러올 교통 수출상품이 될 것이다.”

―서울시는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한나라당은 반값 등록금을 각각 들고 나왔는데.

“반값 등록금은 오래된 주제다. 한나라당이 지난 보궐선거에서 패배하고 내년 총선도 여의치 않자 다급해진 상황에서 잘 숙성시키거나, 조율도 없이 내놓은 포퓰리즘 정책이다. 무상급식 반대투표는 이기건 지건 실익이 없다고 본다. 설혹 유권자의 3분의 1이 안 돼 성립이 안 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은 국민의 관심과 호응이 없다”며 승리를 주장할 것이다. 반대편인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투표를 안 했으니 우리가 승리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지자체가 지방의회를 상대로 조정 능력이 있어야 정상이다. 그것을 꼭 주민을 다 들쑤셔서 서명 받고, 투표하라고 난리치고 해야 하는가. 경기도의회 역시 여소야대지만 무상급식 문제에서 도의회를 먼저 존중하니까 원만히 해결됐다.”

―대선 출마를 내년 총선 결과를 보고 결정한다고 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차차기를 고려할 생각도 있는 것인가.

“대통령은 내 맘만 갖고 되는 게 아니다. 민심이 부합하고 천심을 얻을 때 가능하다. 당장은 지사직에 충실하면서 그 때를 본다는 말이다.”

―대권 출마를 위해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처럼 캠프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자문해 주는 분들은 있지만 캠프는 아니다. 준비조직은 필요한데 국회의원이 아닌 단체장은 그런 것 하기가 매우 불리하다. 박 전 대표는 재수생이고 나는 처음 시험 보는 것이다. 아직도 1년 반이 남았는데 재수생이 앞서가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외국인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 허용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는데….

“장기적으로 방향은 옳다고 본다. 현재 막대한 돈이 해외 카지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음지에서 불법으로 이뤄지는 도박 산업을 양성화해서 관리감독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엄격한 도덕국가로 거센 반발에 직면했던 싱가포르도 여러 가지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내국인 출입을 허용했다. 하더라도 제주도, 인천공항구역, 낙후오지지역 등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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