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회동이 2년 9개월 만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회동이 최종적으로 성사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 민주당, 사전조율 없이 전격 제안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청와대 회동 제안은 13일 오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손 대표는 청와대 측과 사전 조율 없이 공식 제안 30분 전에야 회동 의사를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분위기 반전을 위해 물밑에서 회동 필요성을 타진했고, 민주당이 이를 공식 제안하는 형식을 갖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절대 그런 일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손 대표는 대학생들의 대규모 거리 시위로 비화한 반값 등록금 문제를 계기로 이 대통령과의 회동 제안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손 대표로서는 이 대통령과 직접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4·27 재·보궐선거 승리 이후 급상승했다 다시 주춤해진 개인 지지율 정체 국면도 타개하겠다는 생각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회동이 성사되면 손 대표는 통합민주당 대표 시절인 2008년 5월 이 대통령과 만난 뒤 두 번째 만나게 된다.
○ 이 대통령도 전격 수용
이 대통령은 이날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으로부터 손 대표의 제안 내용을 보고받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뒤 회동 추진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손 대표가 지난해 말 ‘예산안 단독 처리 사과 요구’ 같은 전제조건을 내걸지 않은 점을 볼 때 대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손 대표가 ‘민생’을 전제로 대화를 제의한 만큼 이 대통령으로서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생 문제가 정치권에서만 논의될 경우 청와대가 논의 과정에서 뒤로 밀리는 것은 물론이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도 회동 수용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야당 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민심에 충실한 정치와 책임 있는 국정운영 사이의 균형점을 찾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까지 포함한 ‘국회와의 소통’ 확대 노력이라는 해석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90%의 국민이 옳다고 해도 10%(소수)의 목소리가 잊히지 않게 하는 곳이 국회”라며 국회의 기능을 강조했다. ‘여의도 정치’에 대한 이 대통령의 생각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 변수는 의제 선정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청와대 회동 성사를 아직 단정 짓기는 이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제 조율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두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도 “의제만 조율된다면 회담은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선(先)의제 조율’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이날 회동 의제에 대해서는 반값 등록금, 물가, 일자리, 전월세, 저축은행 부실사태, 가계부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직접수사권 폐지, 남북관계 등을 제시했다. 사실상 국정 현안 전반이 의제가 돼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현안마다 여야의 견해차가 워낙 커 의제 조율 과정에서 팽팽한 샅바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양측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상충된다는 점에서 구체적 합의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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