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나진항 통해 ‘150년 숙원 동해길’ 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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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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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춘∼나진도로 착공

북-중 간 접경지대 경제협력이 급진전되고 있다.

9일 북한 나선특구에서 중국 지린(吉林) 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훈춘(琿春)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3km 구간의 도로 보수공사 착공식이 열렸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은 7일부터 9일까지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과 장성택 북한 행정부장의 주재로 양국이 ‘나선경제 무역구와 황금평 경제구 개발합작연합지도위원회 제2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도로가 정비되면 중국 동북부의 중점 개발 프로젝트인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 개발 계획‘은 나진항을 통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인들이 자가용을 몰고 국경을 넘어 나선특구를 관광하는 관광단도 처음으로 9일 지린 성 창춘 시를 출발했다고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망이 전했다.

○ 숙원인 중국의 동해출항권


중국은 청나라 말기 서양 제국주의의 침탈로 어수선한 시기에 러시아의 제안에 따라 1860년 ‘베이징(北京) 조약’을 체결해 연해주를 넘겨줘 동북에서 동해로 나가는 바닷길이 막혔다. 러시아 연해주의 하산을 통해 속초와 일본 니가타(新潟) 등과 항로를 유지하고 있으나 ‘동해 출항권’은 150여 년에 걸친 숙원으로 남아 있다. 훈춘의 동단 팡촨(防川)에서 동해까지는 15km에 불과하다.

나진항이나 청진항은 물류 거점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도 커 동북지방과 중국 중남부, 발달한 연해지방, 그리고 한국 일본 미국 등으로 연결되는 물류 대동맥이 될 수 있다. 랴오닝(遼寧) 성의 다롄(大連) 항은 이미 포화 상태인 데다 철로를 이용한 물자 수송은 심각한 체증을 빚고 있다. 중국이 훈춘∼나선 도로 포장 등 보수비용 전액을 부담하면서 적극 나선 것도 이 같은 다목적 포석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연말까지 공사를 마치고 내년부터는 나진항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도로 정비가 끝나면 석탄 등 연간 100만 t의 두만강 유역 물자를 나진항을 통해 동부 연안으로 운송할 계획이며 해마다 6000만 위안(약 102억 원)의 물류비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 북한, 강성대국의 기초 목표


북한이 마련한 ‘조-중 나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경제지대 공동개발계획 요강’은 내년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나선에 기초시설, 공업단지, 물류망, 관광의 공동개발 및 건설을 중점으로 삼고 있다. 원자재공업, 장비공업, 첨단기술공업, 경공업, 서비스업(봉사업), 현대고효율농업 등 6대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러시아도 나선특구 활성화 등을 통해 동북의 경제 협력이 강화되면 연해주 개발, 나아가 극동아시아 개발에도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지선이 한반도를 종단해 일본열도까지 가는 구상도 여러 차례 나왔다.

‘장기적으로 옌볜과 북한 나선 청진 칠보산 금강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사할린, 일본 니가타와 삿포로(札幌), 남측의 속초 부산을 잇는 관광경제권을 형성한다’는 구상도 있다. 하지만 한반도 긴장과 동북지방의 경협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면서 진전이 없었다.

이처럼 물류동맥 확보를 통한 나선특구 활성화는 황금평특구와 달리 북-중 관계에 그치지 않고 동북아 주변국에도 전략적 의미가 커 주목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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