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 접촉진실 안밝히면 녹음기록 공개”… ‘3차례 비밀접촉’ 또 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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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9일 남측이 남북 비밀접촉에 대한 진실을 공개하지 않으면 세 차례에 걸친 비공개 접촉 전 과정에 대한 녹음기록을 공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남북 비밀접촉에 나갔던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표의 대답’ 형식의 보도에서 “비밀접촉이 정상회담 개최 목적이 아니라는 역적패당의 떠벌림은 완전한 거짓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이 1일 국방위 대변인의 기자회견으로 비밀접촉 사실을 공개한 데 이어 8일 만에 녹음기록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한 것은 이번 사안을 진실 공방으로 몰아 남측 정부를 궁지에 빠뜨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천안함 연평도 사건 절충 △정상회담 일정별 제안 △돈 봉투 문제 등 사안별로 남측의 설명을 반박하며 비밀접촉 정황을 자세히 소개했다. 먼저 ‘비밀접촉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남측의 해명에 대해 북한은 “김천식(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이번 접촉이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와 인준에 의해 마련됐다며 그 의미를 부각시켰다”며 “통일부 장관 현인택이 직접 접촉의 전 과정을 주관하고 청와대에도 단독선을 통해 보고를 하고 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은 “김태효(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는 정상회담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현 당국은 시간이 매우 급하다면서 대통령의 의견을 반영해 작성했다는 일정계획이라는 것을 내놓았다”며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까지 밝힌 일방적인 정상회담 시간표까지 내놓고도 이제 와서 아니라고 우겨댄다고 하여 과연 진실을 회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북한은 “접촉이 결렬 상태에 이르게 되자 김태효의 지시에 따라 홍창화(국가정보원 국장)가 트렁크에서 돈 봉투를 꺼내들자 김태효는 그것을 우리 손에 쥐여주려 했다”며 “우리가 즉시 쳐던지자 김태효는 얼굴이 벌게져 안절부절못했고 홍창화는 어색한 동작으로 트렁크에 황급히 돈 봉투를 걷어 넣고 우리 대표들에게 작별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돈 봉투가 숙식비용’이라는 일각의 해석에는 “우리 (베이징)대사관에서 숙식과 운수 수단을 보장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그들이 우리 대사관에 체류비를 섬겨 바치려고 돈 봉투를 마련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보도에서 접촉에 나선 북측 기관이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아닌 국방위원회임을 분명히 했다. 한 전문가는 “천안함 연평도 문제를 풀고 정상회담을 논의하는 접촉인 만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군부를 대표하는 국방위에서 대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또 베이징 접촉을 설명하며 ‘앞서 진행된 두 차례의 비밀접촉’이라고 언급해 지난달 비밀접촉이 모두 세 차례 열렸음을 시사했다.

통일부는 현인택 장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북한의 폭로성 공개에 일일이 맞대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녹음기록이 있다면 사실이나 상황을 왜곡하지 말고 모든 내용을 그대로 밝혀라”라고 촉구했다. 다만 ‘돈 봉투’에 대해선 ”존재하지 않는다. (체류)비용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그런 짓(녹음기록 공개)을 하면 국제사회에서도 비판받지만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분들도 화나게 하고 실망하게 한다.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 전 원내대표는 3일 “내가 대북 특사를 할 때도 녹취록을 맡는 사람이 있었다. 녹취록이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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