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개특위 ‘중수부 폐지’ 합의… 검찰 “저축銀 수사중단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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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부장 “입맛 돌아오니 쌀 떨어진다”…
정치권의 ‘칼자루 빼앗기’ 에둘러 비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직접 수사기능을 폐지하기로 전격 합의한 데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것 아니냐”는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일선 검찰청의 일부 검사는 “집단사표라도 내서 우리의 뜻을 보여주자”는 이야기도 서슴지 않았다.

대검은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주요 간부들에게 언제라도 출근할 준비를 하고 연락을 기다리라는 지시를 내린 채 향후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 ‘수사 중단’으로 비칠까 우려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는 대검 중수부는 4일 예정됐던 일부 참고인에 대한 조사만 벌인 뒤 연휴 이틀째인 5일에는 검사와 수사관 대부분이 출근하지 않았다.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5개 은행을 압수수색한 3월 15일 이후 중수부가 휴일을 챙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수부가 정치권에 대한 항의로 수사를 중단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의 여동생과 임종석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삼화저축은행에서 거액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는 등 검찰의 정·관계 로비수사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제동을 걸고 나서자 집단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수부는 “정치권 논의와 별개로 수사는 계속 진행해나갈 것”이라며 집단행동이라는 외부 시각을 일축했다.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은 “중수부 분위기가 격앙돼 이런 상황에서는 수사할 마음이 안 생긴다는 얘기가 오간 것은 사실”이라며 “중수부 폐지 얘기가 나오니 조사받아야 할 사람 중에 버티는 사람도 나오는 등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수사를 중단하고) 직무유기를 한다는 것은 이런 얘기가 와전된 것”이라며 “중수부 전원이 5일 출근하지 않고 휴식을 취한 것은 (정치권 움직임과 상관없이) 이미 결정돼 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 정치권 반격 빌미 줄까 고심


저축은행 수사는 처음부터 중수부가 처음부터 정·관계 로비를 염두에 두고 고른 사건이었다. 120개가량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돈을 빼돌린 부산저축은행처럼 대부분의 대형 저축은행은 고유의 은행업무 외에 각종 사업에 편법으로 손을 댄 경우가 많아 정치권과의 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때문에 여야가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에 뜻을 함께한 것을 두고 “칼끝이 정치권을 향하자 너나 할 것 없이 위기감을 느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김홍일 대검 중수부장은 3일 내부 회의에서 “입맛 돌아오니 쌀 떨어진다”는 말로 에둘러 정치권의 행태를 비판했다. 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정치권을 정조준하자 ‘검찰의 칼자루 빼앗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대검은 내부 반발이 자칫 국회의 입법권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비쳐 정치권에 또 다른 반격의 빌미를 줄까 우려하고 있다. 중수부가 ‘수사 중단설’에 대해 급히 해명을 내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축은행과 정·관계의 유착에 대한 검찰 수사가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자살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부산저축은행 예금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옥주)는 5일 “대검 중수부 폐지에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부산저축은행 본점을 찾은 한나라당 부산지역 의원들에게 “국회의원 비리가 드러나는데 중수부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수사를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항의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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