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현 “국정원, 2009년 박근혜 사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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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 “처음 듣는 얘기… 근거 있나”

이명박 정부 들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사찰하기 위한 국가정보원 사찰팀이 구성돼 활동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박 전 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사찰 의혹이 제기되긴 했지만 국정원 사찰팀이 동원됐다는 주장은 처음이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2008년 12월 세종시 문제로 정기국회가 파란을 겪은 후 2009년 4월 박 전 대표 한 분을 사찰하기 위한 팀이 국정원 이모 씨가 팀장이 돼 20명 규모로 꾸려져 그해 7월까지 모든 사항을 집중 사찰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당시 사찰팀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 (대통령 가족의) 집사 역할을 하고 구청장을 지낸 인사를 찾아가 신상문제와 주변문제를 조사했고, 친인척을 조사해 육영재단과 부산MBC, 정수장학회 등 (박 전 대표의) 재산관계를 파악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찰팀의) 팀원 한 명은 얼마 전까지도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있었는데 (모 인사가) 찾아가 인터뷰를 시도하니 ‘내가 알아도 말 안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사찰팀과 관련해 별도로 자료를 갖고 있진 않으나 여러 군데에서 제보를 받고 들은 내용이다. 알 만한 사람은 그 내용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청와대 회동(3일)을 하루 앞두고 제기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만 말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근거자료를 내놓지 못하면 그저 의혹 제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선 세종시 논란이 본격화된 것은 2009년 10월 박 전 대표가 “세종시 건설은 원안에 플러스알파를 해야 한다”고 밝힌 뒤였기 때문에 ‘2008년 12월 세종시 문제로 정기국회가 파란을 겪은 후 사찰팀이 만들어졌다’는 이 의원 주장의 신빙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엔 박 전 대표가 청와대 행정관에게 불법 사찰을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당시 “2008년 (박영준 당시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 밑에서 일하던) 이창화 행정관이 박 전 대표를 사찰했다고 한다”며 “(박 전 대표가) C&그룹 임병석 회장의 누나가 운영하는 강남 다다래 일식집에 간 게 사찰의 과녁이 됐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기자들이 ‘일식집에서 C&그룹 임 회장을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임 회장이) 누구시냐”고 반문했고, 사찰설에 대해선 “그런 얘기는 많이 있었잖아요”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의원은 1월엔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대표 차남의 서울대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로 판명돼 소송을 당했다. 국정원은 “이 의원이 제기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든 적도 없고 이 의원이 거명한 직원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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