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삐라 계속 보내면 조준격파 대신 전면격파”

  • 동아일보

남북접촉 손짓하며 위협 강화… 6자협상 앞두고 ‘이중 전략’
대북풍선단 어제 30만장 살포

남북 장령급(장성급) 군사회담 북측 단장은 22일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대남 전통문을 보내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에 대한 격파사격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위협했다.

전통문은 “남측이 교활한 방법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삐라 살포 행위에 매달리는 조건에서 우리 군대는 이미 선포한 조준격파사격 범위를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지역에 가하는 전면격파사격으로 넓히게 된다는 것을 정식으로 통고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북한은 그동안 임진각 등 남측의 대북 심리전 발원지에 대해 조준격파사격을 하겠다고 밝혀 왔다. 이번 위협은 전단 살포 지점과 상관없이 남측 단체가 전단을 살포할 경우 어디든 무차별 공격을 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적십자회도 이날 전통문을 보내 2월 초 서해에서 표류하다 귀순한 4명에 대한 대면 확인과 송환 문제 협의를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가질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 같은 북한의 잇단 위협적 언사는 북핵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간 회담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나왔다. 북한이 3단계 접근법(남북회담→북-미회담→6자회담)을 사실상 수용한 상황에서 공세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특유의 ‘이중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대화파가 협상장에 나오려 할 때마다 군부가 도발을 일으켜 긴장국면을 조성한 적이 많았던 만큼 북한 군부의 도발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할 방침이다.

정부는 북한의 귀순자 대면접촉 요구에는 대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지난달 27일 귀환을 희망한 북한 주민 27명을 돌려보낸 만큼 이미 끝난 사안이라는 판단이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인도주의와 자유의사에 따라 귀순을 결정한 4명의 송환 문제를 협의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일축했다.

대북 전단 살포 단체들은 북한의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대북풍선단은 22일 강원 철원군 철원읍 백마고지 인근에서 대북 전단 30만 장을 북측으로 날려 보냈다. 또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는 “30일 오전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하나로 임진각에서 전단을 살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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