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아 울지마…” 동시 읊은 李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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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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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례연설서 10년전 섬진강 초등생 시 인용… 농촌개발 강조
시 쓴 박초이 씨 지금은 직장인… “농촌 현실적 도움 절실”

박초이 씨
박초이 씨
‘사람들이 다들/도시로 이사를 가니까/촌은 쓸쓸하다/그러면 촌은 운다/촌아 울지마.’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정례 라디오 연설에서 “10년 전 농촌의 한 어린이는 우리 농촌을 이렇게 표현했다”며 짧은 시를 인용했다. 농협이 농산물 판매 기능을 강화한 것을 계기로 “도시보다 소득이 더 높고 활기찬 농촌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이 시는 ‘섬진강 시인’으로 통하는 김용택 시인의 산문집 ‘촌아 울지마’에 수록돼 있다. 김 시인은 전북 임실군의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에서 교사로 일하면서 어린이 17명과 어울리던 삶을 책으로 펴냈다.

교사직을 그만둔 김 시인은 지난해 2월 친구인 소설가 김훈 씨와 함께 그 분교를 방문했다. “졸업 후 10년 뒤에 만나자”는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 자리에는 이 시를 쓴 박초이 씨(24)도 왔다고 한다. 1999년 당시 6학년이던 박 씨는 대학 때 고향을 떠났고, 지금은 군산의 한 전자회사 서비스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김 시인을 통해 연락이 닿은 박 씨는 “전교생 20명이 채 안 되는 시절 가족처럼 지내던 친구와 동생들이 하나둘씩 부모님을 따라 도시로 떠나는 걸 보면서 느낀 슬픔을 썼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박 씨는 “제가 아는 농촌은 뭘 하고 싶어도 경제적 여력이 없어 시도조차 못하는 것 같다”며 “대출이든 뭐든 현실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시인은 “도시인이 농촌의 의미에 눈뜨고 있다”고 했다. 마암분교만 해도 도시에서 온 가족 단위 유학생 때문에 재학생이 70명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어린 눈으로 사물을 관찰해 글로 풀어내는 김 시인의 교육법이 알려지면서 생긴 현상으로 일반적인 농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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