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협정문 3修… 이번엔 통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4일 03시 00분


정부 “오늘 번역오류 200곳 유형-원인 공개… 대국민 사과”

정부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의 한글본 번역 오류가 200곳 정도라고 인정하면서 4일 오류 유형과 원인을 공개하고 이에 따른 대국민사과를 하겠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이번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추가 오류가 나올 수 있는 만큼 검증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비준동의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외교부 최석영 FTA 교섭대표는 3일 정치권에서 오류가 200곳이 넘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이를 시인하며 “자세한 오류 원인과 유형을 4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4일 기자회견에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직접 나와 이와 관련한 대국민사과도 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한글 번역본을 3중, 4중으로 검토했기 때문에 이번에 제출하는 자료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자유선진당 박선영 정책위의장은 3일 “한-EU FTA 협정문 본문서에서까지 번역 오류가 발견돼 지금까지 알려진 번역 오류 개수가 200개를 넘었다”며 “국회 차원의 ‘한-EU FTA 협정문 한글판 검증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시민단체에서 약 160개의 한-EU FTA 협정문 한글판 오류를 지적해 공개했으나 외교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인된 번역 오류는 총 200개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오류는 부속서나 도표가 아닌 본문서에서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EU FTA 협정문의 한글판 번역 오류로 이미 비준동의안을 2차례 철회한 바 있으며 이번에 또다시 국무회의 의결을 받아 국회에 제출하면 국무회의 의결 3번, 국회 제출 3번이라는 초유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심각한 신뢰의 손상을 입었다. 특히 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일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처음부터 잘하지…”라는 질책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월 중순 송기호 통상전문변호사(수륜법률사무소 대표)가 협정문 번역에 오류가 있다고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했을 때만 해도 실무적인 실수이기 때문에 비준동의안이 통과된 뒤에 고쳐도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해 10월 25일 국회에 제출한 비준동의안을 4개월여 만인 올 2월 25일 처음으로 철회하고 수정한 동의안을 3일 뒤 다시 제출했다. 그러나 민변이 추가로 문제를 제기하자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28일 비준동의안을 다시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4월 임시국회 비준동의안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김 통상교섭본부장은 사회 각계 인사들을 만나 “4월에 통과돼야 7월에 발효된다. 중동과 일본 사태로 수출이 어렵기 때문에 EU라도 뚫어야 한다”고 막판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국회 통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선진당 박 정책위의장은 “한-EU FTA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제대로 된 검증작업 없이 4월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은 오히려 국익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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