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在中북한인에도 ‘김정은 우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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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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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거주자도 충성편지 써”… 현지 배포 北월간지 보도

김정은 생일 축하편지 낭독 올해 1월 6일 중국 랴오닝 성 재중조선인총연합회 건물에서 관계자들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생일을 기념하는 축하편지를 낭독하고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출처 백두-한나
김정은 생일 축하편지 낭독 올해 1월 6일 중국 랴오닝 성 재중조선인총연합회 건물에서 관계자들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생일을 기념하는 축하편지를 낭독하고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출처 백두-한나
북한이 해외 공관과 북한 교민들을 상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이자 후계자로 정해진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中 거주 북한인 김정은에 충성 맹세


동아일보가 27일 단독 입수한 중국에 살고 있는 북한인(조교·朝僑·재중 북한 국적자)들이 주로 보는 월간지 ‘백두-한나’ 2월호는 조교들이 김 부위원장의 생일을 이틀 앞둔 1월 6일 김 부위원장에게 축하편지를 썼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지난해 9월 노동당 당대표자회에서 후계자로 떠오른 직후 해외 외교관과 무역일꾼 등이 충성편지를 써 보낸 데 이어 조교들까지 충성편지 작업에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본보 2010년 10월 7일자 A1면 참조
北 “김정은에 충성맹세 편지 쓰라”


이 잡지는 북한 당국의 감독 아래 제작되는 월간지로 약 3000명으로 추산되는 조교들에게 매월 하순 배포된다. 복수의 소식통은 “조교에게 배포되는 2, 3종의 잡지에 김 부위원장이 등장한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백두-한나’에 실린 김 부위원장 뉴스는 2개로 기사와 사진이 함께 실렸다. 하나는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신 영명하신 김정은 대장동지 탄생일에 즈음하여 재중조선인총연합회에서 편지채택모임 진행’이라는 제목으로 1월 6일 축하편지를 보낸 사실을 전했다. 다른 하나는 1월 8일 생일 당일에 ‘김정은 대장동지의 탄생일에 즈음해 좌담회를 열었다’는 내용. 내용에는 ‘조선로동당을 김일성 주석님의 당으로 영원히’, ‘위대한 수령님과 꼭 같으신 또 한 번의 걸출한 위인을 혁명의 선두에’ 등의 표현이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처럼 김 부위원장의 이름도 굵은 글씨로 표시해 같은 반열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 대사관 외벽에도 우상화 사진


최근 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북한대사관 외벽의 공개 게시판에 사진들이 바뀌었다. 이 게시판에는 평소 김 국방위원장의 현지 시찰 사진이 주로 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20여 장의 사진 정중앙에 김일성 주석의 젊은 시절 사진이 걸렸다. 1945년 10월 10일 김 주석이 노동당 성립을 선언할 때의 모습이다. 이 사진 속 김 주석의 모습은 현재 북한 당국이 대외에 자주 공개하는 김정은의 사진과 매우 흡사하다. 고수머리와 시각의 방향, 촬영 각도 등이 거의 동일하다. 북한 당국의 대외 사진 공개는 통상 철저한 통제 아래 통일적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세계 각국의 북한 공관에서 이 사진들을 사용해 김정은에게 김일성 후광 씌우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정은의 4월 중순 방중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일행이 영국 방문길에 26일 고려 항공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해 하룻밤을 보낸 뒤 떠나 주목받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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