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평포격 3개월전 예측하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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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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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방안 검토만 하다 北에 당했다

지난해 8월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때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서해 5도에 대한 포격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하고 대책을 검토했지만 실제 석 달 뒤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군 핵심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실시된 UFG 연습 당시 한미연합사령부는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 5도에 대한 북한의 직접 포격 시나리오를 상정해 다각적인 전술 토의를 벌였다.

이 소식통은 “당시 한미 군 수뇌부는 북한이 내부 정치적 상황을 빌미로 해안포나 방사포로 서북도서를 공격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해 구체적인 대응 수위와 방안을 검토했다”며 “북한이 서북도서를 직접 공격할 경우 사실상 전쟁 국면으로 보고 국지전이나 전면전 차원에서 대응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당시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서해 5도를 직접 포격하더라도 정부가 경제적, 외교적 파장을 이유로 대북 방어태세인 데프콘(DEFCON)을 4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프콘이 3단계로 격상되면 작전권이 미군으로 넘어간다.

다른 소식통은 “현재의 한미 작전체계상 데프콘이 격상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포함한 연합전력을 투입할 수 없다”며 “이는 사실상 한미 연합 차원의 서북도서 방어계획이 없다는 의미여서 당시 연합사는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방어해야 하는 상황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미 군 당국은 교전규칙을 고쳐 북한의 서해 5도 포격 공격 때 데프콘을 격상하지 않고도 한국군 통수권자의 승인으로 한미 연합전력을 투입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구체적으로 시행되지 못한 채 ‘지속적인 검토사안’으로 넘어갔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은 서해 연평도에 대해 포격 도발을 감행했다. 하지만 한국군의 독자적 대응은 한계가 있었고, 이후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도발을 재개하면 한미 연합 차원에서 대응키로 방침을 정했다.

한미연합사의 고위 소식통은 “검토했던 방안이 시행됐다면 북한의 서북도서 포격 도발 때 주한미군이 보유한 전투기와 정밀유도무기들이 투입돼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보복타격에 나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은 한미 군 당국이 지난해 UFG 연습 때 우려했던 서북도서 방어의 빈틈을 정확히 노렸던 것”이라며 “이런 교훈 때문에 28일부터 실시되는 키리졸브와 독수리연습에서 북한의 국지도발 대비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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