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石선장 치료 상황-해적 수사]“해적들 15일간 합숙하며 치밀하게 사전 모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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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 표적 납치 가능성 수사… 石선장 난사 용의자 아라이 유치장 독방에 따로 입감

소말리아 해적들이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하기 전 15일간 합숙훈련을 하며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국 선박만을 노린 ‘표적 납치’였는지를 밝히는 게 또 다른 과제로 떠올랐다. 2006년 이후 소말리아 해적 출몰지역에서 납치된 우리 선박은 삼호주얼리호까지 합쳐 모두 9척이다.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에게 총을 난사한 용의자로 지목된 무함마드 아라이(23)는 증거인멸 등을 우려해 부산 압송 첫날부터 부산해경 유치장에서 독방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호드림호가 풀려난 지 두 달여 만인 1월 15일 같은 선사 선박인 삼호주얼리호가 인도양 공해상에서 납치되자 곳곳에서 ‘표적 납치’ 의혹이 제기됐다. 삼호드림호 석방 교섭 당시 약 900만 달러(약 100억 원)를 해적에게 몸값으로 지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후 한국 선박이 주요 목표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이 인질 몸값을 올릴 대로 올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

삼호주얼리호 피랍 지점인 인도양 북부 아라비아 해가 소말리아 해적 본거지에서 배로 8일가량 걸리는 거리인 데다 청해부대 작전 해역인 아덴 만 해역으로부터 2000km 떨어진 곳이라는 점도 표적 납치 의혹을 뒷받침해 준다. 생계형이었던 소말리아 해적이 점점 조직화, 기업화되고 있다는 점도 이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케냐 현지 소식통은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 그룹은 처음엔 소규모였지만 지금은 대형 조직으로 발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15일간 합숙까지 해가며 사전 모의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만큼 어떻게 한국 선박의 운항 정보를 입수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적들은 “다른 사람들이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이후에 배에 탔다”거나 “고용주가 시켜서 한 일일 뿐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생포된 해적들은 수사본부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는 부산해경 유치장에 입감돼 있다. 유치장 3곳을 2명, 2명, 1명씩 나눠 쓴다. 석 선장에게 총을 쏜 혐의를 받고 있는 아라이는 공범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인물로 지목돼 혼자 입감됐다.

수사본부는 그를 ‘주 피의자’ 또는 ‘1번 피의자’라고 부른다. 성격이 대체로 온순한 아울 브랄라트(19)와 압둘라 시룸(21), 군인 출신인 아부카드아이만 알리(21)와 압둘라 알리(24)가 각각 같은 방에서 2명씩 생활한다.

아라이를 따로 입감시킨 것은 그를 살인미수 혐의 주요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같은 유치장에서 생활하면서 생길지 모를 말맞추기 시도나 해적 동료에 대한 위협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다른 해적 동료는 지난달 30일 부산지법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무함마드 아라이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석 선장을 쐈다”고 지목하기도 했다. 수사본부는 “해적들이 혐의를 부인하더라도 선원들의 직접 진술과 대질조사까지 이뤄지면 선장에게 총격을 한 사람은 어렵지 않게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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