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손학규, 세금폭탄 거짓말… 서글픔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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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7일 1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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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복지가 홍준표-손학규 가르나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왼쪽), 손학규 민주당 대표. 동아일보 자료 사진.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왼쪽), 손학규 민주당 대표.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학규 형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한 마디로 표현해서 정직하고 소박하고 (한나라당에 계속 있었으면) 대한민국 대통령 감인 사람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최근 사석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런 홍 최고위원이 17일 손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무상급식, 무상의료 등 '무상복지 시리즈' 때문이다.

홍 최고위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상복지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손학규 대표님을 보면서 서글픔을 금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요지인즉 "한나라당에 계실 때는 합리적 진보주의자였는데 민주당에 안착하기 위해 무책임한 세금폭탄 거짓말 시리즈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홍 최고위원은 또 "아직도 손 대표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 저로서는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했다. 홍 최고위원은 민주당을 향해서도 "지금 민주당이 내걸고 있는 무상복지정책 시리즈는 세금폭탄 시리즈고 거짓말 시리즈다. 국민을 현혹하는 복지정책은 옳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손 대표와 홍 최고위원은 오랜 정치적 동지이자 막역한 '형과 아우' 사이였다. 둘의 신뢰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2007년 3월 대선 경선을 앞두고 손 대표가 한나라당 탈당했을 때였다. 탈당 직전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손 대표는 홍 최고위원을 서울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만나 5시간 동안 소주 5병을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손 대표는 자신이 한나라당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마지막까지 홍 최고위원에게 손을 내 밀었다. 손 대표는 "함께 탈당해 세상을 바꿔보자"고 말했다. 그러나 홍 최고위원은 고개를 저었다. "형님같은 정치 지도자의 탈당은 '정치적인 결단'이 되겠지만 아직 그만한 인물이 못되는 (나같은) 사람은(사람의 탈당은) '배신'이 되고 만다. 배신은 안 된다"는 답만 되풀이 했다.

결국 손 대표는 탈당선언 30분 전에 홍 최고위원에게 전화를 해서 "당을 떠나기로 했다"고 알렸다. 이 때 홍 최고위원은 "아무래도 잘못 선택한 것 같지만 가시는 길이니 정말 잘 하시길 바란다"고 애석함을 내비쳤다고 한다.

손대표와 홍 최고위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YS) 때인 14, 15대 국회 때 각각 정치를 시작해 10년 넘게 함께 한나라당에서 생활을 했다. 특히 '정치적 낭인'시절인 1999년엔 미국 워싱턴에서 같이 유학생활을 했다. 지독한 외로움을 함께 달래며 동고동락을 한 것이다.

'무상복지 시리즈'를 놓고 정부와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격렬한 공방을 벌일수록 오랜 인연의 동지였던 두 사람의 정면충돌이 두드러진다. 홍 최고위원은 17일 기자를 만나서도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손학규 얘기는 내가 오늘 안하려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최우열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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