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복지’ 논란]8조 든다는 ‘민주당표 무상의료’… 정부-의료계는 “15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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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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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상복지 재원 서로 다른 계산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으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무상복지’ 공약은 재원 조달 문제가 수반되는 사실상 ‘유상복지’다. 우리 사회가 더 내고 더 받자는 데 합의를 이룬다는 가정 아래서만 실현 가능한 공약이라는 의미다. 무상복지에 들어가는 예산을 짚어 봤다.

○ 무상보육 민주당 4조 vs 국회예산정책처 13조

민주당은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만 5세 이하 어린이집, 유치원 이용 아동에게 비용 전액을 지원하고 시설 미이용 아동은 만 2세 이하, 차상위계층까지만 지원하던 양육수당을 만 5세 이하 아동 모두에게 지원하는 방안을 13일 밝혔다. 이로 인한 추가 재정 소요는 4조1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의 지난해 ‘저출산대책특별법안’ 재정 소요 추계 보고서를 보면 4조여 원은 너무 낙관적이다. 영유아 보육비·교육비를 전액 지원하면 향후 5년간 13조6564억 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우리나라 0∼5세 영유아는 총 269만 명이고 이 가운데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시설 이용 아동은 168만5000명(62.6%)이다. 만약 무상보육이 실시된다면 어린이집 유치원 이용 아동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보통 시설 이용률이 1%포인트 늘어날 때마다 500억 원이 더 드는 것으로 추정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보고서에서 과다한 재정이 소요되고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면 무상보육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국민 입원진료비 본인 부담률을 10%로 낮추고, 병원비 본인 부담 상한액을 100만 원으로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무상의료 방안도 당론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은 무상의료 실현에 8조1000억 원이 소요되고 종합소득으로 부과기반 확대 2조8000억 원, 국고지원 확대 2조7000억 원 등을 포함해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정부와 의료계 계산은 다르다. 현재 건강보험보장률은 60% 수준. 건강보험의 급여수준이 30조 원이니 보장률을 1%포인트 올리려면 단순히 계산해도 500억 원이 든다. 건강보험 보장률을 90%까지 끌어올리려면 15조 원이 든다. 민주당이 내세운 8조 원보다 7조 원이 더 든다.

반값 등록금 예산도 과소평가됐다는 지적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등록금 총액은 15조 원이었다. 산술적으로 생각해도 절반이면 7조5000억 원이 필요하다”며 “매년 장학금 5000억 원, 학자금 대출 3조∼4조 원이 들어가는 현재 상황을 볼 때도 3조2000억 원으로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기엔 부족하다”고 말했다.

○ 복지의 양은 늘지만 질은 장담 못해

‘무상복지’가 복지의 양만 늘리고 질은 높일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도 남아 있다.

서문희 육아정책연구소 기획조정실장은 “우리 사회가 성숙하면서 무상보육 공약이 나올 때가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부모들이 국공립시설에 몇 년씩 대기하는 것은 보육시설의 질이 높기 때문인데 현재 보육료 수준에서 무상보육 실시는 ‘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상의료도 보장성의 분모가 되는 지출구조를 통제하지 않으면 분자인 건강보험급여비를 늘리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민주당은 총액계약제 포괄수가제 등 지불제도 개편, 주치의제 지역별 병상총량제 도입 등을 통해 지출구조를 통제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대안들은 낮은 수가를 극복하기 위해 의료 행위를 늘려 대응하는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우리 조세부담 능력은

복지예산이 늘어난다고 해도 국민이 부담할 정도라면 ‘무상복지’는 포퓰리즘이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복지재정 운용실태와 정책과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0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복지지출 국민부담률(조세와 사회보험료를 합친 것)은 28.7%이다. 이 수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비율인 36.1%까지 끌어올리려면 국민 1인당 평균 연간 161만8750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한 국민의 합의나 대안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 예산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도 논란이다. 올해 10월부터 확대 시행하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예산은 777억 원이다.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는 이 제도는 중증 장애인 20만 명 가운데 5만 명만 혜택을 받는다. 양옥경 한국사회복지학회장(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편적 복지에 앞서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같은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가 충분한지 검토해야 한다”며 “복지 사각지대를 먼저 해소하고 보편적 복지 재원 마련을 합의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이번 복지안은 장기적인 비전으로 제시한 것이고 국민과 합의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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