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새해 특집]정치학자 20명이 전망한 2011 정국

  • 동아일보

“대선 길닦는 올해, 사회통합 - 복지 - 대북정책이 핫코너”

《 올해는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 2012년을 앞둔 징검다리 해이다. 전국 단위 선거는 없지만 올해 여야는 내년의 대승부를 위해 사활을 건 총력전을 일찌감치 펼칠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 정당팀은 3일 국내 정치의 흐름에 정통한 정치학자 20명에게 ‘한국 정치의 길’을 물었다. 》
■ 올해의 키워드와 대선의 시대정신

○ 내년 본선 앞두고 치열한 예선전 예상

응답자 20명 중 8명은 올해 이미 대선정국이 시작됐다고 내다봤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올해 잠룡들의 ‘암중모색’이 물밑에서 활발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권에선 박근혜 전 대표에게 맞설 다른 후보들의 세 확산 노력이 가속화되고, 야권에서도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각개약진이 예상된다.

이연호 연세대 교수는 여야의 키워드를 ‘여권=화합, 야권=발탁’으로 규정했다. 여권은 이명박 대통령 진영의 주류와 박 전 대표 진영의 비주류 간 화합을 이루느냐, 이루지 못하느냐가 핵심 과제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양 진영의 화합만 이루면 정권 재창출이 상대적으로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에 야권은 여권의 주자에 맞설 대항마를 올해 안에 발탁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잠룡’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올해 사회 갈등과 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대선주자들이 저마다 이념적 색채를 드러내면서 사회적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 전 대표가 선점한 ‘복지 논쟁’을 올해의 정국 키워드로 꼽은 정치학자는 4명이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지난해는 무상급식 논쟁 정도에 그쳤지만 박 전 대표의 움직임을 시작으로 무상의료 등으로 복지 논쟁의 스펙트럼이 계속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정인 서강대 교수 등 응답자 5명은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남북문제와 안보가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남궁곤 이화여대 교수는 “내년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들에서 일제히 권력 교체가 이뤄지는 시기”라며 “그만큼 올해는 한반도의 모든 주변 국가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하는 해”라고 말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과거 군사력에 치중한 안보에서 벗어나 생활에서의 안전, 먹을거리의 안전 등 삶의 질까지 포함한 ‘신(新)안보’ 개념이 새해부터 하나의 흐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현출 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은 올해 5월 주요 20개국(G20) 국회의장 회의를 맞아 ‘국회 선진화’를, 김용호 인하대 교수는 ‘도덕성 신장’을,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신뢰 회복’을 각각 키워드로 선택했다.

○ 통합의 리더십과 남북 공존

대선의 시대정신은 민심의 향배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다. 응답자 17명은 2012년의 시대정신으로 ‘사회통합’을 꼽았다. 통합의 리더에 대한 정치적 수요가 쏟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대선에서의 시대정신은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개념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과거보다 포괄적 개념의 시대정신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복지보다는 ‘삶의 질’이, 안보보다는 ‘평화’가 시대정신으로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또 “여성후보의 부각으로 양성평등도 국민통합의 한 부분으로 강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용호 인하대, 양승함 연세대,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사회통합의 구체적 방식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사회통합을 거론한 응답자 중 가상준 단국대, 신율 명지대, 임성호 경희대 교수 등 8명은 ‘복지와 안보’ 병행 카드를 제시했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대내적으로는 복지국가 건설, 대외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시대정신으로 떠오를 것”이라며 “안보 이슈는 20, 30대 젊은 유권자를 자극할 것이며, 복지 화두는 우리 삶과 직결돼 중장년층의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이 같은 기류에 대해 ‘불안감 해소’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강 교수는 “민주화 이후 현재가 가장 안보 불안감이 큰 시기이고, 경제 지표가 좋음에도 국민의 경제적 불안감도 크다”며 “이 불안감들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를 포함한 남북문제만을 꼽은 응답자도 10명이나 됐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내년 대선에서는 대북정책에서 어떤 기조를 유지할지, 미국과의 동맹을 어떻게 강화할지 등이 큰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보 이슈에 대한 부정적 반응도 나왔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안보에서 야당이 여당을 많이 공격하겠지만 여당 후보들도 (남북 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차별화하지 않을 것이므로 큰 이슈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곤 고려대 교수는 “내년 대선은 지난해 공정사회의 구체적 결과물로서 분배 문제가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기회 균등을, 야권은 평등을 강조하며 이념 대립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박근혜 대세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지율에서 다른 잠재적 대선 주자들을 상당히 앞서고 있는 ‘박근혜 대세론’의 지속 여부에 대해 정치학자 20명 중 과반인 13명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전망했다. 나머지 학자 중 5명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고, 2명은 “유지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유동적이라고 답한 정치학자들은 주로 △야권 주자 단일화 △1등에 대한 집중 견제 △정책 대결 결과 △여권 내 대항마 출현 여부를 그렇게 보는 이유로 꼽았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올 초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야권 주자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치면 상당히 높다. 따라서 ‘박근혜 대세론’은 야권의 통합 작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독주하는 주자는 마치 대통령처럼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을 요구받기 때문에 비판이 집중되면 쉽게 상처가 날 수 있다”고 말했고,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정치 사회적 쟁점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가 ‘대세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여권 내 친이(친이명박)계가 어떤 대안을 찾느냐가 ‘박근혜 대세론’ 유지 여부의 열쇠”라고 분석했다.

대세론의 유지 가능성이 높다고 본 김병곤 고려대 교수는 “야권에서 현재 추세를 뒤집을 만한 카드를 만들어 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관측했고, 이연호 연세대 교수도 “야당이 ‘박근혜식 신비주의’를 극복할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세론이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하는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재의 대세론은 다른 후보의 지지율이 워낙 낮기 때문에 생긴 ‘상대적 대세론’”이라며 “박 전 대표가 외연 확대를 제대로 못하면 국민은 새로운 인물의 부상을 염두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 올해 주목되는 정치사안

정치학자들은 올 전반기 가장 중요한 정치 사안으로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문제를 많이 꼽았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한미 FTA 비준 문제는 지난해 세종시 문제와 같이 여러 이슈를 아우른다”며 “한미 FTA 이슈는 경제뿐 아니라 미국을 놓고 벌어지는 정치·사회적 논란까지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 논의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정치권에서 개헌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회자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있는 반면, 개헌 이슈가 정치 지형을 바꿀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임성호 경희대 교수는 “개헌은 정치권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이면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동력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지만,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개헌은 친이(친이명박)계와 야권이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체제를 흔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찬반 세력이 갈리면서 정치판이 새로 짜여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 개혁 논의가 이슈화될 것이란 견해도 있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여야 모두 선거를 앞두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선구구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각 당에서 공천과 대선후보 결정 관련 룰을 정하면서 잡음이 흘러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 설문에 참여한 정치학자 (가나다순)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강정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민전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

김병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남궁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연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현출 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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