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 100년’ 김정은 홍보 말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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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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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내달 1일 발표할 신년사설 뭘 담을까

북한은 내년 자체 연호(年號)로 ‘주체 100년’을 맞는다. 내년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2012년)를 1년 앞둔 해이기도 하다. 북한은 내년 1월 1일 발표할 신년공동사설에 어떤 대내외 정책을 들고 나올까. 특히 북한이 올해 내부적으로는 3대 세습을 공식화하고 대외적으론 남한과 군사적 충돌을 벌인 이후 나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 주체 100년 기념 정치적 수사 나올 듯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주체 100년이라는 상징적인 연호를 맞이해 건국 초기 조선혁명의 진로를 제기할 때처럼 최근 어느 때보다 자신에 찬 어조로 미래 비전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사설에서 밝고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강조한 것에 이어 동요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말잔치’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형용사와 부사만 있고 구체적인 숫자(몇 % 달성 등)는 없는 사설이 될 것”이라고 말해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에게 희망은 제시하지만 구체적인 액션플랜은 내놓지 못해 인민들을 실망시키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사설에는 처음으로 3대 세습 후계자에 오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의 존재가 어떤 형태로든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9월 28일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맡으며 대내외에 얼굴을 드러낸 그를 홍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김일성 주석의 자손을 말하는 ‘만경대 혈통’이나 ‘백두 혈통’, ‘대를 이어 충성하자’ 등의 언급이 나올 수 있고 ‘대장복’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인민생활 향상이냐, ‘주체의 철’이냐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2010년 사설이 ‘인민생활경제’를 강조하고 제목으로 뽑은 것처럼 올해 사설도 경제 건설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할 것”이라며 “내년은 북한 지도부가 스스로 천명한 경제 강국 완성을 1년 앞둔 해이고 김정은의 치적을 마련하기 위해 경제에 다걸기(올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북한의 계획경제가 부진하지만 시장경제의 호조로 북한 경제 상황이 크게 나쁘지 않다는 전제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경제적 강성대국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사설이 ‘강성대국’을 언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이 경우 ‘주체의 철’이나 화학공장과 발전소 등 몇 가지 경제적 성과들이 상징적으로 언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대남 ‘핵 공갈’ 계속되나

2010년 1월 1일자 北노동신문 1면
2010년 1월 1일자 北노동신문 1면
대외 분야에서는 무엇보다 남한에 대한 핵전쟁 위협이 포함될지가 관심사다. 북한은 2007년 사설 등에서 핵 보유를 강변한 적은 있지만 아직 핵으로 남한을 위협하는 내용을 사설에 담은 적은 없다.

그러나 올해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고 3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8월 24일)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12월 23일) 등이 ‘핵 억제력에 기초한 성전’을 언급한 상황이어서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다음 달 미국과 중국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6자회담 등 북-미 직접대화에 소극적인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압박하는 차원에서도 (남한에 대한) 핵 위협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미국엔 유화, 남한엔 강경 메시지?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미국에 대해서는 유화공세를 펼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남한과의 관계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에서 미국에는 6자회담 재개 등 유화 메시지를 보내면서 북-미 직접대화, 대북 제재 완화 등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대남 메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용현 교수는 “남한에 대해서는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에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를 피하고 긴장을 유지하는 발언을 통해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큰 도발 후 유화공세를 폈다는 점에서 남한을 포함한 전반적인 대외정책에서 유화 기조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신년공동사설 ::

북한 지도부가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문서로 매년 1월 1일자 노동신문과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등 3개 매체를 통해 발표된다. 주로 국내 정치, 국내 경제, 대외(대남 및 대미) 분야로 전개되며 분야별 정책기조와 세부과제 등이 제시된다.
2010년 1월 1일자 北노동신문 1면
2010년 1월 1일자 北노동신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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