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회동후 고흥길 사퇴에 ‘예산 내홍’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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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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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일각 “黨 끌려다닌다”… 지도부 책임론 제기

예산안 단독 처리 후폭풍에 여권 내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나왔다. 템플스테이 등 한나라당의 핵심 예산 누락 경위를 놓고 안상수 대표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격돌한 데 이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당 지도부와 청와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여권이 총체적인 내홍에 휩싸인 양상이다.

○ ‘청와대에 끌려 다니지 마라’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선 이명박 대통령과 당청 수뇌부가 청와대에서 만찬회동을 하고 예산안 후폭풍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는 동아일보 보도 내용을 거론했다.

▶본보 13일자 A1/ MB-黨 ‘예산안 파문’ 긴급 회동
▶A3/ 한나라 고흥길 정책위의장 예산누락 책임지고 사퇴

홍 최고위원은 “야당이 청와대를 물고 늘어지는 마당에 당청 회동을 해서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사퇴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당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독자성을 잃고 끌려 다니는 것은 아닌가”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당의 지지는 국민으로부터 오지 청와대로부터 오는 게 아니다”라며 1996년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전신)이 (청와대의 뜻에 따라) 노동법 기습처리에 성공했지만 결국 정권을 내준 사례까지 거론했다.

외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만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오른쪽)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굳은 표정으로 서로를 외면한 채 악수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비공개 만남에서 일부 예산의 누락과 관련해 윤 장관에게 심하게 역정을 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외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만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오른쪽)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굳은 표정으로 서로를 외면한 채 악수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비공개 만남에서 일부 예산의 누락과 관련해 윤 장관에게 심하게 역정을 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친이(친이명박)계 정두언 최고위원도 “당이 이런 식으로 청와대에 끌려가서야 되겠느냐.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한구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예산안 처리가 ‘고지 점령’ 식으로 이뤄지고 속칭 ‘실세 예산’은 늘려놓고 서민예산은 빠뜨린 부분이 민심 악화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당청 회동 이전에 고 정책위의장이 먼저 사퇴 의사를 밝혔고, 당 지도부는 오히려 만류했다”며 진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친박(친박근혜)계 서병수 나경원 최고위원 등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지도부 책임론에 동조할 경우 야당의 ‘예산 공세’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 야당의 ‘예산 공세’에 정면 대응

한나라당은 야당의 예산 공세를 부당한 정치 공세로 규정해 정면 대응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한 8일 야당 당직자와 보좌진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는 강화유리와 문을 부수고 난입한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또 야당의 추가경정 예산 긴급편성 요구에 대해 이종구 정책위부의장은 “추경은 자연재해 등 큰 재난이 있을 때 긴급하게 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부의장은 “(야당에서 ‘형님예산’으로 지목한) 포항 과메기산업화 가공단지 예산은 10억 원인데 목포의 고기능수산식품지원센터에는 40억 원이 배정돼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더 많이 받았다”고 반박했다.

정부가 13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8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 공고안을 의결한 것도 야당의 공세에 더는 밀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당정협의가 원활히 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으나 윤증현 장관은 “보고할 데가 어디 한두 군데냐”라며 시큰둥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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