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전사 서정우 병장·문광욱 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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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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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휴가 짐 싸 놓은 徐병장… 입대 4개월도 안된 文이병

고 서정우 병장의 미니홈피
고 서정우 병장의 미니홈피
“배야 꼭 떠라. 휴가 좀 나가자.”

하지만 해병은 배를 타지 못했다. 서정우 병장(21)이 22일 미니홈피에 휴가에 대한 기대를 써놓은 글은 영영 이룰 수 없는 꿈이 됐다. 23일 휴가를 나올 예정이었던 해병대 연평부대 박격포병 서 병장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단국대 법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9년 입대한 서 병장은 전역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있었다. 서 병장의 미니홈피에 가 보면 사회생활 복귀를 앞두고 그가 기대와 설렘에 차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두 달간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글 8건을 썼는가 하면, 사진첩에는 처음 군 복무 중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서 병장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문에 휴가가 연기됐다. 이때 미뤄진 휴가를 23일 가기로 한 듯 서 병장은 사고 하루 전인 22일에는 “내일 날씨 안 좋다던데 배 꼭 뜨길 기도한다”고 썼다.

고인의 미니홈피에는 입대 직전인 2008년 12월 해병대 합격을 기원하며 올린 글도 있다. “어젯밤 꿈에서 (해병대에) 합격하고 입영날짜 확인하는 꿈을 꿨다…웬만함 뽑아주지”라고 적은 서 병장의 글을 본 한 누리꾼은 “차라리 떨어졌으면”이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서 병장의 어머니 김오복 씨(50·광주 남구 진월동·교사)는 23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 해병대에서 근무하던 아들이 전사한 것 같으 확인해 달라’는 통보를 받고 망연자실했다고 직장 동료들이 전했다. 김 씨는 남편 서래일 씨(51)와 함께 아들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급히 올라왔다.

서 병장의 비보를 접한 지인들도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서 병장과 11개월간 같은 중대에서 생활했다는 정규진 씨(21)는 “뉴스를 보고 알았는데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며 충격에 빠져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서 병장보다 세 기수 위인 해병대 1085기로 불과 열흘 전 전역했다는 정 씨는 “서 병장은 소극적인 성격을 고친다며 누구보다 먼저 작업에 나서고, 짬을 내서 턱걸이 운동을 하는 등 부대생활을 성실히 했던 좋은 친구였다”고 말했다. 서 병장의 선임이라는 이현재 씨(20)는 동아일보와 통화를 하다 목이 메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씨는 서 병장의 미니홈피에 “정우야 정말 미안하다…너랑 같이 공중전화 앞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담배 한 대 피우던 게 생각난다”고 글을 올렸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전사 문광욱 이병 ▼


고 문광욱 이병 해병대 홈페이지 사진
고 문광욱 이병 해병대 홈페이지 사진
“사실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불쌍한 내 새끼….”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으로 전사한 해병대 문광욱 이병(19)의 아버지 문영조 씨(48)는 이날 오후 6시경 기자와의 통화 도중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했다. 전북 군산시에 살고 있는 문 씨는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만 해도 막연한 걱정이 들었지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문 씨는 부대로부터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는 “사지가 벌벌 떨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건설회사 현장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문 씨는 “지난주 일요일에도 광욱이가 집에 전화를 해서 엄마에게 스킨로션 등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가다니…”라며 흐느꼈다.

문 이병은 2남 1녀 중 차남으로 군산에 있는 군장대 신재생에너지계열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휴학하고 올해 8월 자원입대했다. 입대 4개월도 안 돼 꽃다운 나이에 전사했다. 그는 입대 전 체력을 키우기 위해 헬스클럽에 다닐 정도로 해병대 생활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했다. 문 씨는 “광욱이가 해병대에 입대하고 싶어 해 말리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한없는 슬픔을 드러냈다. 문 씨는 “너무나 착하고 사랑하던 아들이었다”며 “입대 후에도 광욱이 생각에 휴대전화를 해지하지 않고 보관 중이었다”고 덧붙였다. 문 씨는 “사령부로부터 데리러 온다는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는 말을 끝으로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문 이병의 여동생 주미 양(13·중 1년)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도와주던 오빠였다”며 “지난주 일요일 집에 전화해 잘 있다고 말했는데 그것이 마지막 통화가 됐다”고 울먹였다. 문 이병은 3일 전인 20일에는 친구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아 군대 오지 마, 한반도의 평화는 내가 지킨다”는 글을 올렸다.

아버지 문 씨가 해병대 홈페이지에서 보여준 아들을 향한 애틋한 정도 누리꾼들의 심금을 울렸다. 문 씨는 9월 7일과 19일, 10월 5일 각각 해병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문 이병과 동기들의 사진에 “울(우리) 아들 든든하고 멋지다. 멋진 해병이 되기까지 화이팅…”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한편 문 이병의 싸이월드 홈페이지에는 누리꾼들이 문 이병의 명복을 비는 내용을 담은 글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누리꾼 박현규 씨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정부가 고인이 편히 눈감을 수 있도록 그 어떠한 대처라도 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최인혜 씨는 “전쟁 없는 하늘나라에서 부디 행복하게 사세요”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군산=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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