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열병식, 건국이래 최대 2만명 참가… ‘김정은 데뷔쇼’ 1년전 기획한듯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2일 03시 00분


■ 열병식으로 본 ‘권력 승계’

김정은이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기념해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군 열병식장에 나타난 것은 북한이 후계세습 작업을 얼마나 세밀히 준비하고 차근차근 현실화하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지난달 열린 노동당 대표자회와 이번 열병식으로 이어진 김정은의 등장 각본은 늦게 잡아도 올 초에 이미 만들어졌다고 추정할 수 있다.

○ 대규모 열병식의 함의

열병식을 평양에서 생중계한 미국 CNN 방송은 “병력 2만 명과 군 차량이 참여한 이번 열병식은 건국 이래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지난 10년간 북한에는 김정일의 환갑인 2002년과 노동당 창건, 공화국 창건 60주년인 2005년과 2008년 등 노동당 창건 65주년보다 더 큰 명절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런 중요한 기념일에도 하지 않은 대규모 열병식이 이번에 열렸다는 것은 김정은의 등장에 맞춘 기획이라고밖에 풀이할 수 없다. 북한에서 이 정도의 대규모 열병식은 준비기간에만 10개월 정도 걸린다. 그렇다면 올 1월엔 이미 김정은의 등장 시점이 정해졌다고 추정할 수 있다. 나아가 천안함 기습공격도 반 년 뒤 김정은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자행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이 노동당 대표자회를 당 창건일인 10월에 맞추지 않고 그보다 한 달 빠른 9월에 연 것도 지금 돌이켜보면 김정은을 좀 더 순조롭게 등장시키기 위한 각본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 직전에 대표자회를 열었다면 김정은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직책과 대장 칭호를 수여하자마자 열병식을 통한 데뷔 무대에 나서야 하는 부담을 안는다. 그럴 경우 미처 김정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못한 북한 주민의 여론이 요동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북한은 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을 공개한 뒤 일정한 시일을 두고 내부 주민 강연과 충성 결의모임을 열어 곧 열병식에 데뷔할 김정은이 낯설지 않게 사전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 내년에 예상되는 행보

2011년은 북한에 큰 명절이 예정돼 있지 않은 해이다. 내년에 김정은은 대규모 행사를 통해 자신을 부각하기보다는 당정군을 잡기 위한 실속 있는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당 대표자회와 열병식을 통해 주민에게 후계자임을 알리는 효과는 충분히 달성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조직을 장악하고 통솔하기 위해 분주히 현지시찰을 다닐 것으로 보인다. 건강이 나쁜 아버지를 따라다니기보다는 독자적인 현지시찰을 통해 젊고 능력 있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심으려 할 것이다. 특히 주민여론을 의식해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각본대로 흘러가면 2012년에는 노동당 상무위원 겸 조직비서, 북한군 원수 겸 최고사령관 등 명실상부한 2인자로서 권력과 직책을 움켜쥘 것으로 보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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