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기약도 없이 무작정 리비아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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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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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연로한 분 오셨는데… 덮겠다”
■ 관계정상화 타결 뒷얘기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왼쪽)이 지난달 30일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해 무
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외교통상부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왼쪽)이 지난달 30일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해 무 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외교통상부
“(이명박) 대통령께 인사를 전한다. 한국을 친구의 나라로 생각한다. 여러 가지 섭섭한 것은 있지만 친구로 생각하니 이제 (한국 관련) 서류들을 덮어 두겠다.”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는 지난달 30일 리비아 행정수도인 시르테에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6월 리비아 당국의 국가정보원 직원 추방으로 시작된 한국-리비아 외교 갈등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외교 소식통은 4일 “이 의원이 카다피 원수와 면담함으로써 최종 해결된 이번 리비아 파문 봉합 외교는 하나의 극적인 드라마였다”며 그 전말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 의원은 카다피 원수와의 면담 일정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리비아행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이 갑작스럽게 리비아 방문을 결정한 것은 현지 대우호텔 준공식에 카다피 원수의 차남인 사이프 알 이슬람이 참석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였다. 그를 통해 카다피 원수와의 면담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출국 직전에 사이프가 해외출장을 가기로 해 준공식 행사가 연기됐고 그를 만날 수도 없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럼에도 일단 출국을 강행한 이 의원은 두바이의 한 호텔에서 기약 없이 30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외교 소식통은 “리비아 정부는 이 의원에게 누굴 만나려고 하느냐면서 비자를 내주지 않아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이프의 측근이 다시 일을 주선하면서 일이 풀리기 시작했다. 29일 밤 현지에 도착한 이 의원은 밤중에 혹시 카다피 원수와의 면담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것에 대비해 아예 양복을 입고 잠자리에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날 이 의원은 시르테 시 외곽의 텐트에서 카다피 원수를 만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정보요원 추방 사건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선 멀리서 손님이 오거나 연장자를 보면 섭섭지 않게 선물을 줘서 보낸다”고 운을 뗐다. 그러자 카다피 원수는 “이제 (한국 관련) 서류들을 덮어 두겠다”며 화답했다.

카다피 원수는 면담 40분 동안 별다른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수긍하는 대목에선 오른손으로 왼쪽 가슴을 두 번씩 치곤 했다. 특히 이 의원이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 시절 리비아를 두 번 방문했고 리비아에 애정이 있다”고 하자 카다피 원수는 가슴을 두 번 치며 “연로하신 분이 오셨는데, 불미스러운 일은 덮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신각수 외교통상부 장관 직무대행은 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리비아 관계 정상화를 위해 주한 리비아경제협력대표부를 대사관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리비아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리비아가 문제 삼은 또하나의 사건은…
▲2010년 8월2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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