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후계확립 위해 대외지원 필요” 판단한듯

동아일보 입력 2010-09-07 03:00수정 2010-09-0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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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호 한달만에 석방결정 북한이 55대승호를 나포한 지 근 한 달 만인 6일 전격적으로 석방하기로 결정한 것은 최근 잇따른 남한의 인도적 제의에 대한 화답의 제스처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임박한 노동당 대표자회를 거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는 북한 지도부가 후계체제의 안정적 확립에 필요한 외부 경제 지원을 받기 위해 남한 미국 등과 전반적인 관계 개선을 꾀하는 신호가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 국제사회의 인도적 목소리에 화답

북한이 55대승호를 나포한 지난달 8일 이후 남한 정부와 민간단체들은 북측에 다양한 인도적 제의를 잇달아 내놓았다. 정부는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5·24 대북조치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13일 민간인 방북을 승인했고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지난달 22일 정부에 대북 쌀 지원 재개를 건의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달 26일과 31일 100억 원 상당의 대북 수해 지원을 제의했고 정부는 이달 3일 민간 차원의 긴급구호용 쌀 지원 허용 방침을 시사했다.

국제사회도 북한의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억류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의 석방을 위해 방북했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여기자 2명 석방을 위해 방북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남북 간 인도적 문제의 해결을 북측에 촉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지도부도 지난달 26∼30일 중국을 방문한 김 위원장을 상대로 설득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 나포된 선원 중에는 중국인 3명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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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북한은 남한과 국제사회가 내미는 손길을 잡는 형식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당 대표자회를 개최하면서 주민들에게 대외 경제지원 가능성을 보여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환경 조성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노동당 대표자회는 지난해 4월 장거리 로켓과 5월 2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된 가운데 최근 집중호우로 수해까지 겹쳐 경제난과 식량난이 심각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 대외관계 개선, 어디까지 갈까

일각에서는 올해 7월 이후 남북 간 물밑 대화가 상당한 수준으로 진척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55대승호 석방은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해 작동했던 비선(秘線)라인과 같은 막후 ‘보이지 않는 손’의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도 여권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비선을 통한 비공식 남북 접촉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6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북 쌀 지원을 위한 당 차원의 안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정부 차원의 쌀 지원 계획이 없다”는 통일부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접촉을 위해 한국과 대화채널을 재개해야 한다는 현실을 두고 고민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55대승호 석방 결정은 한국과의 접촉을 통해 결국 미국으로 다가서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대외 접촉을 자제하던 북한은 최근 미국을 비롯한 국제기구 등으로 접촉면을 늘려나가고 있다. 북한은 카터 전 대통령 방북에 앞선 지난달 24일 평양에 주재하는 유엔 회원국 대표들에게 홍수 피해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또 북-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중재를 통한 북핵 6자회담 재개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55대승호 석방으로 시작된 북한의 대화 손짓이 본격적인 대화 재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북-중 정상회담 이후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두고 미국과 협의를 마친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대화 재개 여건이 조성되려면 북한의 책임 있는 태도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해 아직까지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한미 양국이 북한에 대해 대화와 제재라는 투 트랙(이중접근)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아직은 제재가 우선한다는 얘기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3일 기자간담회에서 천안함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이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며 북한이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노력에 준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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