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외교 딸 5급특채 파문]靑“공정사회 깃발 훼손”… 최장수장관 벼랑끝으로

동아일보 입력 2010-09-04 03:00수정 2010-09-1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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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개탄 뉴스보고 알아… “철저 조사”
《 이명박 정부 출범 후 2년 반 동안 최장수 장관으로 일해 온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 특채’ 문제로 벼랑 끝에 서게 됐다. 특혜 채용 의혹은 실제 특혜가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2일 저녁 방송뉴스에서 첫 보도가 나온 직후부터 청년실업으로 고통 받아 온 민심을 흔들며 장관직 사퇴가 거론되는 사태로 치달았다. 》
청와대가 3일 “이명박 대통령이 개탄스러워했다”고 언론에 밝히고 행정안전부가 즉각 특별감사에 착수한 것도 민심 악화를 막아 정권의 부담을 덜겠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청와대는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등 3명이 도덕성 문제로 낙마한 지 불과 닷새 만에 고위 공직자의 사려 깊지 못한 처신이 문제가 됐다는 점에 고민이 많다.

이 대통령은 2일 저녁 ‘방송의 날’ 행사를 마치고 청와대 관저에서 관련 뉴스를 보며 매우 언짢아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사전 보고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아침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심각한 분위기는 이어졌다. 회의 결과 유 장관의 공개 사과와 유 장관 딸의 응시 취소를 통해 파문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런 대응 조치는 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뒤 유 장관에게 전달됐다.

“그게 말입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딸의 외교부 5급 공무원 특별채용 논란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자리를 옮기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안이한 인식 柳외교 출근땐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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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 장관은 이날 아침 출근할 때까지만 해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유 장관은 오전 8시 50분경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인사라인에서 장관 딸이라 엄격하게 한 것으로 보고받았다. 3년간 근무해 왔고 결혼 때문에 그만뒀던 것인데 의혹이 있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의 발언 내용을 전해들은 청와대는 당혹스러워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아무리 자식 문제가 걸렸지만 이렇게 앞뒤 생각을 못할 수 있느냐”고 한탄했다. 다른 참모는 “정부 내에서 비슷한 사례가 더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 분위기 반전 사퇴여론에 柳“합격 취소”

청와대 내에선 ‘여론 악화’를 전제로 사퇴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유 장관도 부랴부랴 이날 오전 10시경 기자회견을 열어 딸이 특채 공모 응시를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가 사안을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현직 장관의 딸이 1명만 뽑는 특채에서 뽑힌 것도 문제지만 그 과정에서 외교부 참모진이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정부 조직 내 무사안일, 보신주의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판단이다. 또한 최악의 청년실업 사태 속에 이런 뉴스가 20, 30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공정한 사회’라는 국정이념에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5일 청와대에선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정한 사회’ 등을 주제로 한 워크숍을 할 예정이다.

■ 야당도 가세 “외교부가 장관가족부냐”

야당은 이번 사건이 가진 휘발성을 최대한 증폭시키려는 분위기다.

민주당에선 “외교부는 유 장관의 ‘가족부’가 아니다. 즉각 사퇴하라”는 내용의 논평이 쏟아졌다. 양승조 의원은 “현대판 음서제도를 부활시킨 이명박 정권은 확실히 자기들끼리 해먹는 ‘끼리끼리정권’”이라고 꼬집었다. 천정배 의원은 노천명의 시 ‘사슴’을 패러디한 ‘사특(邪慝)’이란 제목의 시를 통해 “구설수가 많아 슬픈 장관이여”라고 꼬집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특별한 사람을 위한 ‘맞춤형 특별채용’도 이명박 정부의 청년실업 대책인가”라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정한 사회’는 모든 사람의 가슴을 끌어당기는 깃발인데 깃발 든 사람이 벌거벗고 있으면 사람들이 깃발을 보겠는가, 몸뚱이를 보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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