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후보 등 3인 사퇴 후폭풍]여야 ‘특검반대 당론’은 불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홍준표 “盧차명계좌 자신있으니 靑이 조현오 임명”
민주당 “그렇게 자신있다면 與가 특검법 제출하라”

조현오 신임 경찰청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논란이 정치권에서 다시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가 30일 조 청장을 임명한 데 대해 민주당이 강하게 비판하자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또다시 ‘차명계좌 존재 가능성’을 제기했고 이에 민주당이 “특검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맞받아쳤기 때문이다.

홍 최고위원은 이날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차명계좌 존부(存否·존재여부)에 자신이 있으니까 (청와대가 조 청장을) 임명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홍 최고위원은 “(청와대가) 자신이 없었다면 (노 전 대통령 측에 의해 사자·死者 명예훼손으로) 고발된 사람(조 청장)을 임명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차명계좌 존부에 대한 정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입을 다물었다.

홍 최고위원은 “지금 (검찰) 수사 중인 사안으로 수사가 미온적이거나 잘못됐다면 여야 합의로 (특검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최고위원 측근은 “새로 임명된 조 청장을 야당이 계속 물고 늘어지는 것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홍 최고위원의 발언이 전해지자 민주당 조영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그렇게 자신 있다면 한나라당 차원에서 진지하게 공론화하여 특검법을 제출하기 바란다. 우리 당에서도 고인(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지키고 위선적이고 부도덕한 인사들의 실체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기 위해서 한나라당이 특검법을 발의하면 언제든지 이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이 마치 과거 초임 검사 시절에 자신이 상대했던 시정잡배들이나 할 수 있는 모함과 의혹 제기식의 치졸한 발상을 아직도 버리고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든다”며 홍 최고위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민주당의 반응을 전해들은 홍 최고위원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특검은 여야가 같이 논의해 합의하는 거지 일방적으로 여당이 발의하는 거 봤나”라고 말했다.

특검이 여야 합의로 당장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특검에 대해 당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해본 바가 없다. 아직 당의 입장이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도 “특검은 이미 (조 청장 임명으로) 다 끝난 얘기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 문제가 쟁점화되면 하반기 정국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더는 문제화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조 대변인도 ‘당의 공식 입장이 변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검에 반대해온) 민주당의 입장이 변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조 대변인의 특검 수용 용의는) 일종의 ‘반어법’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이 마치 차명계좌가 있는 것처럼 국민을 자꾸 현혹하니 자신 있으면 그렇게 해보자는 수사(修辭)였다는 것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