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오늘 시작]‘盧차명계좌’ 논란 與 “특검” 역공… 野 “이상한 방향 끌고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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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발언 공방 새 국면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특검 공방으로 확대되고 있다. 조 내정자에 대한 야당의 내정 철회 공세로 수세에 몰렸던 한나라당은“조 내정자 발언이 허위인지 아닌지 특검으로 밝히자”고 역공에 나서 새로운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 한나라당 “차명계좌 특검하자”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존부(存否) 문제는 역사적 진실에 관한 문제다. (노 전 대통령 유족의) 고소·고발 사건으로 처리해서는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다”며 특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틀 전 특검 실시를 민주당에 제안한 바 있다.

홍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 유족 측이 조 내정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한 것과 관련해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하면 검찰은 대부분 신속히 처리하지 않고 서로 취소하기만 기다려 미온적으로 수사하고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한들 내놓지 않는다”며 “서울지방경찰청장까지 한 사람이 근거 없는 말을 해서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파면이 맞지만 근거가 있다면 역사적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을 해서 검찰수사 기록 전부를 압수해 가져오면 2, 3일 내에 차명계좌 존부 여부가 밝혀진다”고 강조했다.

홍 최고위원은 “인사청문회에서 조 내정자가 말한 차명계좌 여부를 가지고 적격성을 따지려면 특검으로 해결하고, (아니면) 이 문제는 더는 정쟁의 대상이 안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천안함 사건 유족에게 조 내정자가 사과했고 ‘유족이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고 한다”며 “남은 것은 차명계좌 발언의 진위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지도부 내에선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조 내정자 문제를 ‘특검 제의’로 정면 돌파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고소·고발에 따른) 검찰수사로 밝혀질 수 없다면 특검으로 가야 한다”고 가세했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특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인 것으로 전해졌다.

○ 민주당 “이상한 방향 끌고 가지 말라”

민주당은 특검 제의가 ‘정치공세’라며 반발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인 박지원 원내대표는 “청문회를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덫에 걸려들지 않겠다”며 여당의 공세를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조 내정자의 ‘차명계좌’ 언급에 대해서는 수사를 직접 했던 검찰 고위 간부가 ‘그런 게 없다’고 했고 심지어 조 내정자도 ‘잘못됐다’고 했다”며 “사실을 호도하기 위해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추락시키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선 여당의 특검 공세로 이번 청문회가 ‘노무현 청문회’로 바뀔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 유족 측의 고소·고발로 사실상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검찰수사가 재개된 데 대해서도 당혹스러워 하는 기색이 감지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차명계좌’ 부분만 똑 떼서 수사를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노 전 대통령과 그 주변의 의혹들이 되살아난 것이 어찌됐든 좋은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노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조 내정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한 사건을 형사1부(부장 신유철)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명예훼손 고소·고발 사건과 같은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고소·고발장 내용을 검토한 뒤 이르면 다음 주 초 곽 변호사를 불러 고소·고발인 조사를 할 계획이다. 검찰은 지난해 5월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직전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를 발견했는지부터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해 관련 의혹을 수사했던 대검 중수부의 수사기록을 넘겨받거나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을 불러 차명계좌를 발견했는지를 확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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