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계좌 차단 쉬운 유럽부터… ‘저승사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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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인혼 대북제재조정관 유럽 4개국 순방

대북 금융제재를 지휘하는 ‘저승사자’ 로버트 아인혼 대북제재 조정관이 지난주 유럽 4개국을 순방한 것은 북한 통치자금의 숨통을 끊기 위한 전초 단계로 풀이된다.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북한 자금줄 죄기에 주력했던 미 재무부는 북한의 불법계좌 관련 리스트를 이미 만들었다. 아인혼 조정관은 이를 집행하는 실무 역할을 맡은 것이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자금 동결조치에 북한은 ‘피가 마를 정도’라며 아파했다. 이번에는 특정 계좌를 콕 찍어 거래를 막는 방식이어서 북한을 압박하는 데 더욱 큰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아인혼 조정관이 8월 초 한국 등 아시아 순방에 앞서 유럽부터 먼저 방문한 것은 무엇보다도 이 지역에 북한의 불법계좌가 많기 때문이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아인혼 조정관의 유럽 방문은 아시아 국가 방문에 앞선 사전 정지작업 차원”이라며 “북한을 압박하려면 유럽 국가들과 공고한 협조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국가의 경우 특히 중국을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유럽 국가에 먼저 협조를 구한 다음 아시아 국가들을 압박하겠다는 뜻이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천안함 폭침사태 때도 한국을 지지하는 강력한 성명을 내 한국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특히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탈리아 한 조선소에 주문한 호화요트 2척을 지난해 현지 경찰이 압수하는 등 북한과의 거래에서 의심가는 부분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은행들의 해외 계좌는 중국과 유럽 국가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유럽권에서는 러시아와 스위스 덴마크 헝가리 폴란드 이탈리아 독일 벨라루스 등 8개국의 9개 은행에 11개의 북한 계좌가 있다.

미국은 또 마약 밀매와 슈퍼노트, 위조담배 제작 등에 간여하는 북한 업체를 타깃으로 자금줄을 끊겠다는 방침인데, 북한의 이런 불법 활동이 공공연한 유럽에 먼저 눈을 돌린 것이다. 아인혼 조정관은 북한의 금융계좌뿐 아니라 100달러 위폐인 슈퍼노트와 외교관 면책특권도 압박하면서 북한이 돈을 만들 수 있는 모든 가능한 분야를 폐쇄해 전방위적으로 압박할 계획이다.

북한의 자금줄을 죄고 있는 아인혼 조정관은 대표적인 한반도 핵전문가. 1990년대 북한과의 미사일 협상에 깊이 간여했으며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 재직 당시인 2000년 10월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수행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을 두 차례 만났다. 1972년부터 2001년까지 29년간 국무부에서 핵과 미사일 비확산문제를 다뤘으며 국무부 경력 31년차다. 북한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가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확실한 곳을 틀어쥐고 있어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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