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처음으로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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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연평해전 어제 8주년… 국민의 행사로 격상

“기념식이 이뤄진 지난 7년간 공식석상에서 정부 관계자 어느 누구도 우리 전원의 이름을 불러준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늘은 정말 뜻 깊은 날입니다.”

제2연평해전 8주년 기념식이 열린 29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 기념식에 참석한 정운찬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통해 참수리 357호정에서 전사한 윤영하 소령, 조천형 중사, 한상국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 전원의 이름과 생존 장병 21명 전원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2002년 제2연평해전 당시 참수리 357호정의 부정장이었던 이희완 대위(34)는 “이제야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기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정 총리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원유철 국방위원회 위원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정계 인사, 시민단체 대표, 전사자 유족 및 전상자, 군 관계자, 시민, 학생 등 2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기념식은 과거와 달리 ‘국민의 행사’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기념식은 제2연평해전 이후 그동안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렸으나 올해 처음 전쟁기념관으로 장소를 옮겼다. 또 처음으로 KBS TV로 생중계돼 국민들이 기념식을 보며 전사자들의 숭고한 넋을 기렸다. 지난해 100명에 불과했던 일반인 참가자는 올해는 인터넷·전화 신청자가 크게 늘면서 1000여 명에 달했다.

전쟁기념관서 기념식… 시민-학생 등 2500명 참석… TV 생중계
유족들 “8년만에 가장 뜻깊은 날” 감격

정 총리는 “정부가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께 최대한의 예우를 해드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보상을 못 해드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은 끝까지 책임진다는 확고한 인식을 가지고 이 문제를 풀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지난해 6월 윤영하 소령의 이름을 딴 함정이 실전에 배치됐고 한상국함, 조천형함, 황도현함, 서후원함도 취역을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가 가기 전에 박동혁함까지 진수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행사가 끝난 뒤 생존자와 유가족들은 전쟁기념관 옥외전시장에 마련된 ‘참수리 357호정 안보전시관’을 둘러보고 오찬을 함께했다. 고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 씨(68)는 “시민 여러분이 와주셔서 고맙다. 우리를 기억해 주고 더 많은 사람이 나라의 안보를 걱정해주셨으면 한다. 앞으로 더 많은 분이 참석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 황은태 씨(63)는 “내 소원대로 다 이뤄졌다. 오늘 어린 학생들이 많이 왔더라. 이 아이들이 각자의 초등학교에 돌아가 우리의 소식을 알릴 게 아니냐. 이게 다 서울에서 행사를 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당시 갑판장이었던 이해영 원사(46)는 “다음 행사부터는 당시 뒤늦게 교전에 참여했던 참수리 358호정 대원들까지 불러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식사 후 ‘6·25전쟁 60년 특별기획전’을 관람하고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로 가 전사자 6명의 제사를 지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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