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왜 ‘박근혜 全大출마’ 등떠미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7일 03시 00분


■ 朴 전대표 불출마 선언 불구 ‘항명성 집단행동’

黨위기 타개 적임자
“계파초월 공감대 형성”

세대교체 맞대응
“바람 불기전에 적극 대처”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표의 7월 전당대회 출마를 압박하는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박 전 대표가 15일 “전대에 안 나간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는데도 친박계 의원들은 멈출 기세가 아니다. 그동안 박 전 대표의 ‘한마디’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온 친박 진영이기에 이번 집단행동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15일 박 전 대표의 전대 불출마 선언 직후 상당수 친박계 의원은 곳곳에서 모임을 가졌다. 화제는 단연 박 전 대표의 전대 출마 문제였다. 15일 저녁엔 유기준 의원이 간사를 맡고 있는 친박계 의원 모임 ‘여의포럼’ 회원 20여 명이 만찬을 함께하며 박 전 대표에게 전대에 출마하도록 설득하는 방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여의포럼 회원으로 참석한 김무성 원내대표도 박 전 대표의 출마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한 참석 의원이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16일에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친박계 의원들의 이 같은 ‘항명’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6·2지방선거 참패 이후 화두로 떠오른 당 쇄신과 화합의 상징적 ‘아이콘’이 박 전 대표라는 공감대가 퍼져 있다는 것이다. 홍사덕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를 맡아야 당내 화합의 얼개를 만들 수 있다”며 “(계파가 다른) 수도권 초·재선 의원과 중진들까지 나서 박 전 대표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립 성향의 김성식 의원도 이날 불교방송에서 “박 전 대표가 (전대에) 나서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여권 주류 진영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세대교체론’에 대한 친박 진영의 위기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친이(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40대와 50대 초반 주자들이 전대에 대거 나서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나서지 않을 경우 ‘박근혜 대세론’이 자칫 세대교체 바람에 휩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최근 한 강연회에서 “과거엔 한나라당에서 ‘박근혜 말고 누가 있어’라며 대안이 없다는 생각이 많았지만 이젠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뜨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16일 본회의 참석에 앞서 ‘(전당대회 불출마) 입장에 변화가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제 다 대답했고, 변함없으니 똑같은 질문 계속하지 마시라”고 일축했다. 현재로선 박 전 대표가 자신의 뜻을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의 집단행동이 어떤 방향으로 번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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