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반부패 카드’로 ‘MB 중간심판론’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방선거 대대적 공천 물갈이 시사로 이슈 전환
비리의혹 野인사 비판 강화… 대여 공세 무력화

청와대가 주도하는 비리척결 드라이브가 한나라당의 6·2지방선거 공천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부패 인사 배제가 이번 지방선거 공천의 ‘키워드’”라며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를 시사했다.

정치권에선 한나라당이 중도실용 정책에 이어 ‘반(反)부패 이슈’까지 선점해 지방선거 지형을 뒤집으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부에 대한 중간심판론을 반부패 경쟁으로 전환할 경우 야당의 대여 공세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병국 사무총장이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선거 승리를 위해 과거 성희롱 전력자를 영입해 복당시키는 등 가관”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 반부패 이슈, 지방선거의 쟁점 될까?

정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미 한나라당은 당헌당규에 공천심사 대상 배제 인사의 기준을 정해놓고 있지만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파렴치범, 각종 비리 관련자, 뇌물수수 관련 인사들은 공천 신청 자체를 못 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어 반부패 공세의 화살을 민주당에 돌렸다. 한 당직자는 “민주당에서 지방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과 최근 영입된 인사들 중에는 각종 비리 전력자들이 많다”고 공격했다.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인사, 과거 비리에 관련돼 유죄 판결을 받은 인사들을 가리킨 것이다.

한나라당이 먼저 표적으로 삼은 인사는 3일 민주당에 복당한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다. 우 전 지사는 지사 재직 중인 2002년 제주지역의 한 여성단체장을 성희롱했다는 판정을 여성부로부터 받았고 2006년 대법원에서도 이 사실이 인정됐다. 2004년엔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선고를 받고 지사직을 중도 사퇴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는 물론 시민단체들도 그의 복당을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역시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나라당이 자당의 비리 인사에 대한 공천 배제 문제를 먼저 끄집어낸 것은 야당과의 차별화를 노린 승부수라는 관측이 많다. 반부패 이슈를 선점함으로써 야당이 내걸 ‘부패한 지방권력 교체’ 이슈를 선제적으로 차단해 ‘클린’ 경쟁을 선도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 대규모 물갈이 공천으로 이어지나

여권에선 비리척결 드라이브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현역 광역·기초 자치단체장 후보들에 대한 대규모 ‘물갈이 공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나라당 핵심당직자는 “이번 지방선거는 인적 쇄신을 통해 지방행정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장의 사법처리와 사퇴가 잇따르면서 지자체는 비리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서울의 경우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들이 비리 혐의로 줄줄이 중도하차했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지난달 서울시 유권자 5만9684명을 대상으로 현직 구청장 19명(한나라당 17명, 민주당 1명, 무소속 1명)에 대한 전화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재선 지지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구청장이 10명에 달했다. 공천 물갈이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선에선 본선 경쟁력이라는 요소를 무시할 수 없어 국회의원 선거처럼 대대적 물갈이가 가능하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