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호 사진’ 쏟아내기, 성난 경제민심 달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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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경제군중대회 참석
동영상까지 당일 신속보도
“위기극복” 분주한 모습 부각

노동신문 1월 24일자엔
김정일 사진 47장 쓰기도
일각선 “유훈실천 홍보용”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최근 자신의 사진과 동영상 등 ‘1호 이미지’를 파격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노동신문이 연일 김 위원장의 경제 분야 시찰 사진을 대량으로 내보내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사상 처음으로 경제 분야 군중대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경제정책 실정(失政)의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주민들에게 경제회복의 기대감을 심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김정일, 함흥 군중대회에 나타나

북한 내부용인 조선중앙방송(라디오)과 조선중앙TV는 6일 현대화(개보수) 공사를 끝내고 16년 만에 다시 가동된 함경남도 2·8비날론연합기업소의 준공을 축하하기 위한 함흥시 군중대회에 김 위원장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눈이 내리는 주석단(귀빈용 단상)에 은색 겨울 파카를 입고 서서 단상 아래 10만여 명의 함흥시민이 모여 환호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장갑을 낀 손을 흔들고 박수를 쳤다.

이번 행사와 보도는 여러 면에서 이례적이다. 북한에서는 신년 공동사설이나 김 위원장의 지시 및 당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다양한 정치적 군중대회가 열리지만 김 위원장이 참석하는 일은 흔치 않다. 특히 경제 분야 군중대회에 김 위원장이 직접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동영상을 잘 공개하지 않거나 공개하더라도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 내보내왔다. 이번처럼 낮에 촬영된 동영상을 당일 저녁에 편집해서 신속하게 보도한 것은 북한 홍보 방식의 중대한 변화다.

○ 노동신문도 김정일 사진으로 도배

그동안 북한은 김 위원장의 사진도 최대한 절제해 국내외에 보도했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정보를 불필요하게 노출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올 1월 24일자에 평양밀가루공장과 용성식료공장을 방문한 김 위원장의 사진을 무려 47장이나 내보냈다. 지난해 12월 11일자 노동신문에는 강계시내 공장을 현지지도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이 30차례 등장한다.

김 위원장의 사진이 무더기로 노동신문에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이후 7일까지 국내로 배달된 노동신문 가운데 김 위원장의 사진이 하루에 4장 이상 실린 날은 모두 36일에 달한다. 이 가운데 35회가 경제현장 방문 관련 내용이다. 월별로는 지난해 10월에 6일, 11월에 10일, 12월에 5일, 2010년 1월에는 11일, 2월(21일 치까지)은 4일이다. 경제 관련이 아닌 김 위원장의 군부대 방문 및 외국 국빈 접견 관련 사진은 여전히 1∼3장만 실린다.

○ 주민 달래기와 건강 이상의 결과물

최근 김 위원장이 경제 현장을 방문한 이미지가 파격적인 방식으로 등장하는 것은 북한이 경제 문제를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30일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한 뒤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부터 ‘인민경제 향상’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화폐개혁과 외환통제 정책 등의 부작용이 심해지자 최고지도자가 나서서 민심을 달래고 경제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미지의 남발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건강 악화로 자신도 언제 유훈을 남겨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평소 ‘인민들이 고깃국에 이밥을 먹게 하라’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지켰음을 주민들에게 확인시키고 자신도 생전에 경제회복을 위해 노력했던 지도자였다는 사실을 역사에 남기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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